사막의 지혜

by 쌍꺼풀 오이씨

주여.

당신은 왜 말이 없으십니까?

저는

어찌

살아가야 합니까?


답답한 마음에

사막 교부들의 말씀이 담긴 책을 펼쳤다.



43.

한 원로가 말했다. “당신이 결백하다면 간음하는 사람을 심판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그를 심판한다면 당신도 그와 똑같이 율법을 어기는 것입니다. 간음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분께서는 또한 심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40.

형제들 가운데 죄를 지은 한 사람에게, 사제는 공동체를 떠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베사리온 아빠스가 일어나 그와 함께 걸어 나가며 말했다. "저도 죄인입니다!"



주여

어느 날 당신은 수면으로 솟구쳐 오르던 제 발목에

도저히 무겁디 무거운 쇠공을

상대의 간음이라는 쇠공을 달아주었나이다.


영문도 모르고 당한 저는 살고 싶어 발버둥 쳤나이다.

'제 인생과, 제 아이들 인생은 어쩌라고 이런 아픔을 겪게 하시나요?'

울면서 묻고 또 물었나이다.


당신을 사랑하던 2,000여년전 스승들의 말씀으로

답을 주신건가요?


'잊고 나아가라.'

'심판은 하나님의 몫, 살아가는 것은 내 몫'


주여

당신이

저에게는 무심하시고

그에게는 사랑을 주시는

편애의 신이 아니기를

간절이 바라는

추벅추벅 비 내리는 밤 이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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