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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은 Aug 03. 2022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활어의 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취업이 되니 다 이룬 것만 같았다. 드라마에서 봄직한 의리의리 한 사무실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멋진 어항에 지나지 않았다. 2개월쯤 지났을 때,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퇴사를 했다.


파닥파닥 뛰는 활어처럼  더 넓은 바다에서 살아 숨 쉬고 싶었다. 누구를 만날지 모르지만 신비하고 호기심 있는 일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찾은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었고, 짧은 만남이 쌓이면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리더로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함과 가르쳐주는 일에  흥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리 강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유전의 힘인가? 조리장의 실력을 갖춘 엄마와 외식업을 하고 있는 두 언니의 영향이 컸다. 전공은 아니었지만 8년 동안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했다. 조리강사에서 지점장까지 내가 이룬 결과에 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 손뼉 칠 때 떠나야만 했다.


아이를 낳고 육아에 매진하였다. 풍파 많은 바다에 살다가 잔잔한 호수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내 모습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볼품이 없어졌다. 내 이름이 안개처럼 사라진지도 모른 채 누구의 엄마라고 불리는 것에 충실했다.

"위험해"

"엄마가 해줄게"


아이의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니는 것이 애착인 줄 알았다. 그저 아이가 불편하지 않게 다 해주 것이 능사였다. 내가 어릴 적 성장했던 환경과 비슷하게 수동적으로 육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8개월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우리 아이가 언어가 늦고 기저귀를 늦게 뗄 수도 있다는 것에 불안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내 육아 방식이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기저귀를 늦게 떼는 것에는 느긋한 아이의 성격도 한몫했고, 인내심을 가지지 못하고 성격이 급한 엄마가 두 몫을 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육아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기에는 엄마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것만 같았다. 엄마 준비가 안되어 겪는 과정이었다고 인정하는 순간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싶어졌다. 아이가 꽤 정확하게 "엄마"라고 불러 준 날을 기억한다. 비로소, 엄마로서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샘솟았다.


나는 호수에서 무슨 욕구를 품고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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