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낳고 아이 이름을 지으면서 내 이름도 함께 지었다. 비로소 시, 은혜 은, 이시은! 개명한다는 것은 내가 내 이름을 선택한다는 의미였다. 그 선택은 '나는 좋은 엄마가 되겠어!'라는 선언이었다. 작고 귀여운 막내, 이은미를 고이 접어두었고, 이시은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남편은 "왜? 이제 와서 공부가 재미있어진 거야?"라고 물었다. 아이를 위해 공부를 해야만 했다. 엄마 자격증이 있다면 바로 준비할 태세였다.
엄마의 역할을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북 큐레이터'일을 도전했다. 처음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 내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영업이었다. 거기에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찾다 보니 책이었고, 책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했던 나의 경력이 내 경쟁력이 되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이 내겐 어렵지 않았다.
더 이상 경력단절 여성이 아니라 경력 보유한 엄마로 활어가 가득한 바다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나의 열정이 불끈 올라왔고 일은 내게 소속감을 안겨주었다. 참 어설펐지만 꽤 열심히 진심으로 영업을 하였다. 영업의 과정에서 권유는 하되 강요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의 시선은 타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있고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그렇게 충실하다 보니 기회들은 내게 노크를 해왔다! 코치로 스카우트가 되기도 하고 메이저리그급 교육 회사 면접도 볼 수 있었다. 내 나이 40대에 정규직이 될 수 있다니 믿기지 않았다. 20년 전 대기업의 첫 면접 봤을 때가 불현듯 떠올랐다. 애송이였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20년 동안 쌓아왔던 성장에 뿌듯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교육 강사로 일을 하면서 비로소, 나의 이름을 찾고 덩달아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다. 엄마 자격증을 따 보겠다는 나의 각오가 나를 여기까지 이끈 것이다.
세상에는 국가, 기관에서 주는 수많은 자격증이 있다.
왜 엄마 자격증은 없는 걸까? 엄마 자격증이 있다면 누가 주는 것인가?
먼 훗날 아이에게 "나! 엄마 딸(아들) 하길 잘했어요!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혹여나 그 말을 듣지 못하게 될지라도
엄마로서 충실히 살아가는 오늘을 응원한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