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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Oct 10. 2021

나뭇잎의 영혼들

제 3장 만남 중 일부분



제3장 만남 



"혜주 님은 면접 보신 적 있으신가요?"

상희가 물었다.

"글쎄, 집에서 장사하는 거 도와주는 일만 해서..., 면접을 특별히 본 적은 없어요. 강진 님은 어떠세요?"

혜주가 말했다.

"신분 해방되기 전에는 면접을 본 적은 없습니다만, 신분이 해방되고 나서 면접을 본 적이 있습니다. 헌데, 아직도 노예라는 의미가 남아 있었고, 귀족들은 면접에서 그냥 통과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 세월이 지나도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도 국민은 개돼지이듯이 세월이 지나도 개돼지라는 것이죠. 

그것은 천 년 전이나 천 년 후에나 이천 년 전이나 이천 년 후에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면접은 어떻게 보면 영약하고 얍삽한 사람들만 뽑기 위한 제도일 뿐입니다. 말만 요리조리 잘하면 되는 것이죠. 과연 그것으로 사람을 보는 기준이 되는 걸까요?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가요? 지원동기이니 뭐니 다 사기 아닙니까? 물론 정말로 지원동기가 진실인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면접관이 믿어주지 않으면 그것 또한 사기 아닙니까?






  

  저는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예를 들어, 10살 먹은 아이가 너무나 고귀하고 지혜롭다고 보일까 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드러내면 친구가 다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염려하여 자신을 숨기면서 살았다고 칩시다. 그러니까 10살 먹은 아이가 너무나 성숙한 생각을 지녔다면 그 아이가 과연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겠습니까? 지낼 수가 없겠죠. 그래서 그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낮추고 멍청이가 되기로 말입니다. 너무나 고귀하고 너무나 지혜로운 자신을 숨기며, 겉으로 어리석은 모습만을 보여주기로 말입니다. 여기에서 스스로 페르소나가 뭔지 깨달으면서 비웃을 수도 있겠지요. 

 헌데 그렇게 살다가 면접이라는 새로운 이념을 가진 세계를 만납니다. 면접이라는 세계관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느낌과는 분명 다르지요. 그 세계에서 면접관이 무슨 질문을 던졌다면,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지 망설이게 되겠지요. 왜냐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얘기하다가는 면접관이 받아들이지 못할테니까요. 게다가 다른 것을 얘기하기에는 또래 친구들과 있었던 느낌대로 이야기하게 되어서 스스로에게 경멸감을 느낀 겁니다. 그래서 대답을 제대로 못하게 되죠. 

  면접이라는 자리는 기다릴 때도 두려움으로 가득합니다. 떨리기도 하죠. '내 차례가 언제 되려나, 앞에 사람은 어떻게 면접을 치렀을까?' 등등 이런 두려움은 자신의 면접 차례에서 두려움으로 남을 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본능을 더욱 자극한다는 겁니다. 두려움이 지속적으로 압박해 오면 면접에서는 본능을 자각하게 되죠. 그렇다면 과연 그 사람은 면접에서 면접을 제대로 볼 수가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제대로 면접을 볼 수가 없겠습니다."

  상희가 대답했다.

  "그렇쵸. 제대로 면접을 보기에는 힘들겠죠. 왜냐하면 스스로 본능을 경계하는 데 급급하니까요. 본능을 드러내면 또래 친구들을 잃어던 것처럼 면접이라는 기회조차도 잃어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몇 번씩이나 다시 면접을 치릅니다. 면접에 많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죠. 그것이 제가 지금 말하는 고귀하고 지혜로운 자를 예를 든 게 아니더라도 이런 비슷한 문제로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된다는 거죠. 때론 그 어떤 것으로 인하여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드러날까봐 하는 두려움으로부터, 두려움이 본능으로 번져 본능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경계하기에 급급하면서 무슨 대답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로 면접이 끝날 테니까요"

강진이 말했다. 

  "면접이라는 건 머리가 아픈 거야. 머리가 아파."

  혜주는 머리를 손으로 가렸다.

"결국 면접이라는 것은 페르소나를 최대한 이용해서 최대치를 끌어내야 한다는 말로도 들리는군요."

  상희가 무릎을 "탁"치며 말했다.

"그렇쵸. 최대한 가면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나은 것은 없겠죠. 면접관이 생각하는 어떤 페르소나가 있있겠죠. 그것과 지원자가 생각하는 페르소나의 접점사이에서 면접관이 느끼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페르소나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더욱 합격에 다가서는 길이 열리겠죠."

 강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면접관도 지원자가 말하는 지원동기가 아무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거짓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네요."

혜주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강진이 말했다. 

"어떻게 보면 면접에 붙는 사람이 꼭 실력 있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면접을 본 적이 있지만, 제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조차 모르겠더라구요. 면접은 그만큼 떨리는 삶의 현장이에요."

 상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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