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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요아 Dec 19. 2019

양준일로 바라보는 찬란의 진가

언제나 빛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빛을 발휘한다


ⓒ SBS 가나다라마바사 캡처


요즘 나는 가나다라마바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너무도 귀여운 가사와 율동에 멜로디까지 삼 박자가 조화롭게 이루어진 음악이라 생각했던 곡이었다. 그러나 뒤늦게야 그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당시의 그는 영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방송사의 탄압과 더불어, 작사가와 작곡가를 구하기도 어려워 잘 알지 못하는 한국어로 한 자 한 자 써 내렸다고 했다.


그렇게 완성된 1992년의 가나다라마바사는 2019년의 지금, 유튜브에서 핫한 아이돌만 경험한다는 교차 편집본으로까지 올라온다. 곡이 나왔을 당시 태어나지 않았던 이들도 이제는 양준일을 안다. 홀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사는 듯한 매력을 지닌 그의 매력이, 이제야 당시 받았어야 할 마땅한 사랑을 받는다.


ⓒ 양준일 리베카 영상 캡처


기사를 보니 그를 수식하는 단어가 참 많았다. GD와 비슷한 외모로 인한 '온라인 탑골 GD', 현대적인 패션과 외모에 '시간 여행자', '제2의 전성기'까지. 유튜브와 슈가맨으로 더 유명해진 그는 올 말에는 세종대학교에서 팬미팅도 연다고 한다. 2019년, 그는 왜 사랑을 받을까. 그 이유는 단순히 외모나 패션감각뿐이 아닐 거라 짐작한다.


 영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성 고정 역할을 강요하는 넘쳐나는 꼰대들 사이에서 보였던 환한 미소가 저물지 않아서는 아닐까. 한 영상을 봤다. MC는 양준일을 포함해 대여섯 명의 남자 가수를 세우고 "여기 예쁜 남자분들이 모였네요. 언제부터 예쁘셨나요?"라 물었다. 타 가수들은 "예쁘다"는 말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양준일만이 환하게 웃으며 "평소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고 미소 짓는다. 편견에 휩싸이지 않고 이렇게나 환하게 빛났던 사람이 징계를 받고, 미움으로 인해 한국을 떠야 했다니. 마음이 시리다.



ⓒ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


그는 최근 슈가맨으로 근황을 알렸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서빙을 하고 있고, 일을 하지 않으면 월세를 낼 수 없는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어 싫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자를 거부당했던 과거의 안타까운 일을. 지금도 그리 풍족하지는 않은 환경이지만 그의 미소는 여전히 빛났다. 오랜만에 선 무대는 예전과 다를 것 없이 완벽했으며 그의 우려와 다르게 그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이 빛나는 사람은 언제나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무대를 위해 준비한 세월이 아니더라도, 부당한 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삶을 버티는 게 아닌, 묵묵히 찬란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서 보일 수 있었던 빛이라고 느껴진다. 몇십 년 전임에도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고, 한국을 떠나게 된 상황에서도 V2로 복귀하려는 만큼 열정적으로 보였던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 트렌드를 따르려 같은 음악을 만들기보다,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힘썼던 열정. 모두 존경해 마땅하다.


단순히 케케묵은 과거의 인물이라고 인식하기보다 정말 이제야말로 그의 찬란한 진가가 세상에 드러났음에 내가 감사할 뿐이다. 그는 슈가맨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도 나만 믿고 찬찬히 디딘 후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말을. 맞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전성기가 있으므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갈고닦으면 빛은 언젠가 드러날 테다.

저는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고,
겸손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살아가는 게 계획이에요.



어떤 이는 양준일을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라고도 부른다. 나는 그리 말하지 않으려 한다. 그가 있어 다행이다. 시간을 뛰어넘는 찬란함은 때와 상관없이 빛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람이므로. 50대가 된 그는 20대의 그에게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 말이 너무 담담해서 마음을 울렸다. 아마 많은 이들이 여기서 주춤하게 됐을 듯하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루어지게 될 수밖에 없어.


양준일이 양준일에게 한 말이었지만, 왠지 내 콧등이 시큰거렸다. 정말 끝이 없어 보이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아등바등 헤엄치고 있는 것 같지만 뒤돌면 제자리고, 또 뒤돌면 제자리다. 나만 뺀 모든 이들이 나아가는 것 같아 나의 제자리걸음이 더 부각된다. 시간이 지나 얻는 건 주름과 나이뿐인 것만 같다.


많은 이들은 때때로 포기가 용기라고 한다. 이제 꿈을 포기하고 돈을 버는 게 더 효율적인 삶이라 일컫는다. 대학은 취업 사관학교로 변한 지 오래니 지금이라도 눈을 낮추라 얘기한다. 밀려드는 조언에서 숨도 못 쉴 만큼 휘청거리지만 양준일을 보며 느꼈다.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안다고.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이뤄질 테니까. 너무도 완벽히 이루어내고자 아등바등 버텼던 땀의 진가는, 결국 나의 기대보다도 더욱 찬란히 빛날 테니까. 그러니 언제든 빛날 때 환히 날아다닐 수 있도록 지금 갈고 닦자고 말이다. 월세를 벌면서도 꿈에 대한 희망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도 몰라줘도 내가 떳떳하게 내 앞에 설 수 있도록 언제든 찬란히 빛나고자 노력하면 전성기를 맞을 테니까. 어쩌면 꿈꿀 목표가 있는 사실만으로도 빛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양준일처럼, 매 순간순간을 나의 전성기로 여기며 살아간다면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떳떳할 것 같다.


그의 찬란한 미소가 오래오래 빛나기를 바라며. 또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빛도 저물지 않기를 바라며.

언제나 빛나는 사람은 시간에 관계 없이 그 빛의 진가가 발휘되니까. 모두가 저마다 뽐낼 있는 색색의 빛을 내며 다채로운 사회로 변모할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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