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OS Oct 17. 2015

글쓰기 입문기

일상잡기-춤을 만져보다

나는 요즘 춤바람이 들었다. 초중고대 통틀어 춤을 잘 춰본 적은 단 한순간도 없다. 전교생들이 추는 포크댄스조차 나는 맨 뒷줄이었다. 초등학생때 한국무용을 배우러 갔는데, 원장선생님이 나를 잠깐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너는 소질이 없으니까 뒤로 가!!


뭣도 모르고 뒤로 가서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노라니 너무 심심하고, 잘 안 보이고, 재미도 없었다. 오른쪽 발을 움직여야 할 때 일부러 왼쪽으로 가도 지적 한번 당하지 않을 때의 외로움이란! 지금 기억나는 한국무용 내용이라곤 강강술래. 왼쪽으로 몸을 접었다 펴는 동작만 기억에 남는다. 강강술래는 꽤 재밌었는데 그래도 소질없는 자의 낮은 실력을 커버할만한 재미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한달만에 한국무용은 그만 뒀다.


네 여인의 춤 / 고갱


그리고 대학생 때 클럽.

젊은 날의 치기였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다들 클럽, 클럽하니 뭣도 모르고 클럽에 갔다. 한창 부비부비춤이 유행이었는데 부비부비는 커녕 나는 막춤도 못추더라. 오, 그런 걸 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나는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그래서 공연하는 클럽에 갔다. 지금도 좋아하는 크라잉넛. 스탠딩공연이라 나중엔 뛰면서 노래를 따라불러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내가 진정 몸치임을 깨달은 순간이 이때다. 다른 뛰는 자들과 내 박자가 안 맞다. 다들 가라앉아 있을 때 내 머리만 동그맣게 떠오른다. 다들 뛰어오를 때 나는 뛸 준비를 하며 바닥에서 도움닫기를 한다.



물랭로즈에서의 춤 / 툴루즈 로트렉


그리고 일년간의 남미 생활.


메렝게를 추는 도미니까노스


여기는 메렝게, 바차따, 살사, 탱고의 고장. 여기 사람들은 피에 춤이 흐른다. 아장아장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음악만 나오면 현란하게 엉덩이를 돌리는 나라. 애절한 음악이 나올 땐 아기들도 메쏘드 표정연기가 대종상감이다. 모든 국민이 댄서인 것 같은 나라의 현지인 친구들은 나에게 춤을 가르쳐주려고 하다 결국 포기했다. 그들처럼 엉덩이를 흔들거나 돌릴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동양의 춤은 어떤 춤이냐고 물어봤다. 이제껏 배운 춤이란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을운동회용으로 배운 탈춤.


출처 :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자료실

덩 더끼 덩따 얼쑤


지금도 기억나는 그 장단. 두 팔을 어깨 높이로 들고 오른쪽 다리 한번, 왼쪽 다리 한번 들어주고 두 팔을 동그랗게 해서 하늘로 띄우는 동작. 그걸 한번 춰줬더니 동양의 아름다움, 신비를 기대했던 친구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박력있고 활기찬 춤만 보다 느리고 재미없는(!) 동양 여자의 춤.....아니 춤 엇비슷한 동작.


이게 나의 춤 역사.


이제, 파릇파릇한 나이도 아니고 대학은 이미 한참 전 졸업하고 직장인 라이프 몇년차에 들어선 이 시점, 이 나이에 춤을 다시 시작해본다. 그리고 관심은 있으나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뭐든지 중간 정도였던 나는 딱히 내세울 것도, 딱히 잘 하는 것도 없었다.


목표는 원대하고 실현가능성은 언제나 퀘스천 마크로 남지만, 그 실천에 대한 방증으로써의 글쓰기를 실현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