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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Jan 12. 2016

부모님의 기상시간


부모님이 여행 가신지도 보름이 넘었다.

환갑이 넘으신지 3년도 더 됐는데, 이제서야 가신다.

그동안 동생들은 방학이고, 나는 여전히 출근을 한다. 예전과 다른 점은, 커피를 몇 잔이고 마셔도 잠만 잘 자고 아침잠이 많아 일찍 자도 해가 중천 넘어갈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던 내가 새벽 두시고 네시고 눈이 번쩍번쩍 떠진다는 것.





부모님은 항상 일찍 일어나셨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새벽에 부스스 깨서 나와보면

항상 부모님은 거실에서 성경이나 책을 읽고 계셨다.


우리가 일어난 걸 확인하시고 일어났냐? 물어보시곤 밥을 안치시고 반찬을 만드시고 국을 끓이셨다.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지는 거 맞나봐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

또 피곤하다고 할 거면서.

갓 지은 아침도 안 먹는 딸은 부모님을 그렇게 타박했다.




곰곰 생각했다.

내가 일찍 일어나는 건, 일어나서 잠도 더 안 오는 건, 그래서 하루종일 피곤한 건 긴장 때문이다.

가뜩이나 출근시간이 지각과 정시출근 사이

항상 간당간당한 나인데,

알람보다 강력한 맘스터치가 없어진 상황에서

내심 지각할까봐 불안했던 것이다.

피곤해도 눈이 일찍 떠지던 건, 그 걱정 때문이었다.

아침 지각 3번이면 연차 하루가 없어진다는 걱정.




하품하시고 피곤해하시며 꾸역꾸역 잠을 참으시면서도 소파에 누워계시던 그 모습은

부모님의 긴장이 아니었을까

딸이 늦을까봐, 그래도 아침밥 한 술 혹시나 뜨고 갈까봐, 대학도 다니기 싫어해 휴학도 자주 했던 애가

이제 방학도 없는데 연차 깎일까봐

그 새벽에도 눈이 절로 떠지셨던 건 아니었을까.




언제쯤 그 마음 헤아릴 수 있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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