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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Nov 05. 2015

최근(?) 관람한 현대무용공연 두개

정영두의 푸가와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왕자

 얼마 전에 두 개의 공연을 보았다.

정영두의 푸가와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왕자가 그것이다. 춤의 소재로 말한다면 바흐 푸가도 상당히 좋아하고,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도 참 좋아한다.


두 작품 모두 나오는 무용수들도 매력적이다. 푸가의 도황주는 지난번에 불쌍을 보며 너무 매력적이라 엄청난 검색 끝에 얼굴과 이름을 비교해보며 누구인지 알아냈었다.(국현무는 프로그램북에 얼굴만 올리지 말고 어떤 자리에 어떤 무용수가 서 있는지도 명기했음 좋겠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에 대중화라는 점에서 단단히 벼르고 작품을 만들었던 듯, 정재일, 김지운까지 대동하고, 물량공세를 하듯 작품을 뽑아내었다.

 두 작품은 많이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와 숲의 비유로 비교해보자면 푸가는 나무를 본 작품처럼 발끝 하나하나까지 안무가가 세심하게 안무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린왕자는 숲처럼 전체적인 그림과 흐름을 강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출처:정컬쳐)

 푸가 공연 자체는 굉장히 절제되어있고 그러면서도 섬세했다. 조명도 아주 은근하고 부드러워, 도황주와 최용승이 춤을 출 때 빼고는 두드러진 색감을 보여주지 않았다. 배경 또한 몬드리안처럼 간소하고, 그 심플함에서 더 나아가지 않아 춤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했다.


춤 자체는 아름다웠고, 절제의 미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것 같다. 배경, 조명, 음악(은 약간 아쉽)이 잘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라이브연주였으면 좀 더 다른 멋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녹음된 음악을 사용한 이유가 있겠지만, 유연하지 못하고 경직된 듯한 분위기였다.


단정한 분위기와 음악 속에서 기승전결이나 갈등-해소의 구도에 익숙한 나는 차가운 추상의 배경과 다소 딱딱한 음악 사이에 어디서 파생했는지 알 수 없는 미묘한 나른함과 포근함, 따뜻함이 있었던 분위기 속에서 중간에 잠시 꿈나라에 갔다왔다.


 어린왕자는 또 봐도 좋겠다 싶은 작품이다. 사막에 투여하는 시각효과의 힘이란! 그러고보니 사막에 불시착한 것과 사막에 영상을 입히는 것, 동음이의어의 활용인가 궁금. 사막에서는 뭔가 우주가 흘러가는 영상과 사막에 조난당하는 느낌의 영상이 보이고, 사막 앞에서는 조난당한 어린왕자의 서술자가 나온다.


 음악도 요즘 나오는 무조같은 현대음악이 아니라 뉴에이지풍의 음악이라 보다 편안히 들을 수 있었다. 여기 음악을 현대음악가들이 만졌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으으.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특히 주정뱅이 장면이 인상깊었다. 나는 국현무 연습실에 있던 그 투명통들이 뭐하는 건가 했었다. ㅎㅎ 소품을 이용해서 아주 잘 표현한 장면. 통을 이용해 두 명이 끌어당기기도 하고 끌어오기도 하고 넘실넘실 넘어가기도 하고. 짐볼을 이용해서 두명이 추는 춤은 일종의 기예같기도 했다. (요즘 댄싱나인부터해서 서커스의 기술도 현대무용에서 차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몸을 쓰는 거라 차용의 개념이 아니라 비슷한 맥락인가??) 전자오락소리같은 뿅뿅거리는 음악과 주정뱅이의 느낌은 어쩜 그리 잘 맞던지 ㅎㅎ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런 시도가 반갑다^^ 구체적인 영상과 소품으로 문외한들도 편안히 이해하게 해주고,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작품을 사용해서 줄거리도 대략 따라가게 배려해주고. 점점 이렇게 지평을 넓혀나가는 것이지. 현대무용 화이팅이닷.


+ 센스있는 프로그램북!

스티커

공연 대상층이 명확하다. 그리고 센스있다.


++ 이 글은 어린왕자를 보고 뼈대만 간략하게 썼던 글입니다. 거기에 며칠동안 검색하고 알아보면서 근육을 붙이고 살을 붙였고

 이야, 기막히게 썼다! 이 정도면 발행하자!

고 생각한 글이, 업로드하면서 날아갔습니다. 브런치에 몇 개 올리지 않았지만 벌써 두번째로 글이 날아가니 참 그렇네요. 그래서 다듬어지지 않고 정돈되지 않은 것을 대강 수정해서 올립니다. 정갈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이해해주세요. 이 글은 시간도 너무 지났고 해서 이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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