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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Jun 18. 2016

설리에게 자유를.


연예인으로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가 설리입니다. 성형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뽀얀 피부에 큰 키, 갸름한 얼굴에 도톰한 입술. 독보적인 미모와 분위기가 있는 연예인이죠.


출처 : 인스타일


설리가 한창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선정적인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에 올렸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가던 설리도 악플세례에는 견디지 못했는지 인스타그램을 탈퇴하고 맙니다. 그리고 중국사이트인 웨이보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지요.






예전에, 동네 마트에 장보러 나온 길에서 어떤 아저씨가 제 손목을 잡고 다짜고짜 자신의 집을 보여주겠다며 끌고 가려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예쁘지도 않고, 슈퍼모델같은 몸매를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분 또한 처음보는 분이었고, 술을 마시지도 않았으며, 시간대는 20시 정도였습니다. 성인 남성의 완력을 못 당하겠더군요. 감사하게도 더 나쁜 일은 당하지 않고(?) 어찌어찌 도망쳐나오긴 했는데, 너무 놀란 나머지 한동안 제 바지 주머니에 커터칼을 넣고 다니게 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제게 들려주었던 경찰님의 따뜻한 조언은


일찍일찍 다니고, 단정하게 입으세요


네, 무릎 늘어난 츄리닝은 야한 옷이었고 화장을 지운 민낯은 단정하지 않았던 것이며 저녁 8시는 실은 꽤나 늦은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일반인 여자의 아주 일반적인 경험이 이러할진대, 요즘 설리에 대한 대중들의 말은 정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설리가 받은 악플들 출처 : 네이버카페 디젤매니아


설리가 젖꼭지가 드러나는 옷을 입었다 한들, 브라를 하지 않았다 한들, 성적인 것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업로드했다 한들 비난하는 사람들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입니까? 사진을 샅샅이 훑어보고 관찰하여 속옷 끈이 안 보이는 것을 찾아낸 사람이 오히려 비판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여성연예인들은 성적대상으로 바라봐져야 하는 것일까요?


숨은 그림찾기처럼 그런 디테일을 잡아낸 그 사람의 의도는 과연 우연적이었을까요. 그 관음증과 사진 이상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그들과 정숙한 여자가 되라는 내용의 충고가 쓰여있는 댓글들은 무죄인 걸까요.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


반대로 - 클리셰같은 비유이지만 더 적절한 것이 생각나지 않네요 - 어떤 남성이 젖꼭지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생크림을 먹는 사진을 올려도 같은 반응이 나올까 궁금합니다. 설리가 이러한 사진을 올림으로써 받는 수많은 악플들은 강남역 사건으로 인해 드러난 여성혐오사상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에게 왜 그 시간에 거길 갔느냐고 물어보던 댓글이 기억납니다.



피해자가 당할만한 행동을 했기에 그런 행동을 당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를 듣습니다. 요즘 한국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논의를 집단 히스테리라고 부르는 다른 성별들을 봅니다.


(개인적으로 히스테리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와 딸에게 성적 끌림을 느꼈던 프로이트입니다. 근친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의 정신적 문제 대신 가해자의 '품위'를 위해 그가 피해자의 증상을 포장하려던 용어이기에요.)


그리고 저는 성적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에 악플쯤은 감내해야 한다는,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기에 네가 죽어도 마땅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는 세상에 있습니다. 네가 그럴만하니 우리도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옳은 명제인지 생각해보지도 않습니다.




강남묻지마살인사건 보도에 달린 악플들


설리는 자유롭게 게시물을 올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녀가 속옷을 착용하든 하지 않든 옳다 그르다의 판단은 제 3자가 할 바가 아닙니다.

나는 그녀를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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