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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Jun 16. 2016

아무것도 아닌 것

그러나 나에겐 아무것인 것

여기서 보면 걸어다니는 것쯤은 별 거 아니어보인다.

발뒤꿈치 통증 증후군, 즉 족저근막염이 날 괴롭힌지는 좀 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땅에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발뒤꿈치로 압정을 밟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염증이다. 처음엔 몸이 조금 뻐근한가보네, 라고 생각했다. 압통이 지긋해지고 끈적해지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병원에서는 족저근막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소염제와 진통제를 처방해주신 의사선생님은 살을 빼고 스트레칭을 하고 발을 덜 쓰라는 주문을 하셨다.

출퇴근을 하려면 걸어다니는 수 밖에 없고, 단기적 처방은 있지만 완치약도 치료도 없다는 이 질환을 타개하기 위해 나름 머리굴린 자구책은 하이힐이었다.

 하이힐은 계속 까치발을 들게하여 키가 커보이는 효과를 주기에 일반 운동화나 플랫을 신었을 때보다 발뒤꿈치에는 압력이 덜 간다. 다만 발가락 아래-약간 넓적하고 도톰한 부분에 주로 체중이 실리기에 하이힐을 오래 신고 있으면 발가락이 붓는다.

하늘과 땅 사이 균형을 잡아주는 이 신체기관을 참 좋아하지만, 그만큼 아프다.

그래도 결혼식이 아니었으면 신지 않았을 하이힐을 출퇴근할 때마다 주 3회 정도 신다보니 족저근막염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다. 이러다 무지외반증이 올까 걱정도 되지만, 요새는 아픈 걸 못 느끼고 걸어다닐 수 있어 기쁘다.


 미래를 감히 헤아리지 못하지만, 지금이 가장 좋을 때고 가장 행복한 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함을 몰랐던,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기 전에는 모든 것이 당연하게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결핍되어보면 그제서야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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