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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S Jun 12. 2016

댄스 엘라지 결선

Danse Élargie Final at LG art center


요즘 현대무용을 커뮤니티 댄스의 형태로 해보느라 오히려 공연을 볼 시간이 없었다. 우리 진정땡스 선생님들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다른 스타일의 움직임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여러 개의 수업을 신청했더니 퇴근 후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시간이 맞지 않아 좋은 공연들을 놓치고 아쉬워했던 적이 몇번인지.


오늘은 모처럼 시간이 맞아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댄스엘라지를 보러 갔다왔다. 6/11 토요일에는 예선, 6/12 주일에는 결선으로, 오늘은 결선 9팀이 올라왔다.





결선의 시작을 끊은 것은 허성임, 이소망 작가의 You are Okay!


허성임 무용수가 멘트를 친다.



               "저는 1941년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몸으로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를 이야기한다. 무대에서 실제로 그리는 일러스트와 실연되는 장구 연주, 상반신을 탈의한 허성임 무용수가 무대 가운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격렬히 춤을 춘다. 그녀는 파독광부마냥 상의를 탈의하였다.


머리를 풀고 브래지어를 푼 그녀는 힘있고 거칠고 갈구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덧붙이면, 첫 멘트를 듣고 나는 저분이 70대인줄 알고 순간 정말 놀랐다. 그 놀람이 계속 집중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한편, 한-독 교류의 일환이 아닌데 관련 국가 선정에서는 약간 핀트가 어긋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해외에 오래 계셨던만큼 멘트를 하실 때 영어나 프랑스어로 하셨으면 어땠을까 싶다. 첫 멘트의 충격을 외국인 관객도 전달받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움직임에 집중하게 한 영리한 연출과, 지루할 틈 없는 일러스트와 소리의 합이 좋았다.


블루스크린이 뜨게 한 건 옥에 티였다. 엘지아트센터측의 실수인 것 같은데, 이러한 아쉬움 또한 작품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오스만 시는 BASIC이라는 작품으로 나왔는데, 삼원색을 깔끔하게 맞춘 복장보고 참 세심한 데까지 생각했구나 싶었다. 흑인들은 타고난 리듬감이 있다. 내용이나 구성을 단순하게 해도, 특유의 리듬감으로  작품을 풍성하게 한다.




게탕 블러드는 SPOILED SPRING이라고, 스트랴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패러디한 작품을 선보였다. 언어로서는 외국인과 한국인을 배려한 공연이어서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음과 리듬을 서투르고 재미있게 패러디한 것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에 활로 박스를 키는 장면은 너무 길어 지루하긴 했지만 스포일드 스프링이 아니라 반짝이는 봄같은 공연이었다!

이 공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거장 스트라빈스키와 불세출의 무용수, 니진스키와 파격적인 명곡(?) 봄의 제전을 이해하지 못했던 관객처럼, 너희도 명작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런 관객인 것이다..라는 은근한 메시지도 불쾌하기보다 넘나 유쾌한 것 ㅎㅎ




사무엘 요셉, 마티유 요셉, 제프 아르망의 LIBRE SANS TOI-T는 재활용 악기를 써서 음악으로 사용했다. 홈리스들과 무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기에 홈리스들이 나오는 것일까, 두근두근 하는 마음이었으나...전문 무용수같은 요셉형제들이 나와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탄탄한 코어근육을 바탕으로 뛰어난 테크닉을 보여주는 그들의 작품은 볼거리가 풍성했다.



댄스엘라지라고 해서 댄스류만 가능할 줄 알았는데, 퍼포먼스에 가까운 작품도 있었다. 정세영 작가의 Deus ex machina. 제목부터 그렇게 되어있길래 설마 햇님달님처럼 밧줄타고 올라가나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키나가 진짜 내려온다.


작품은 Leap, hop, jump라는 3개의 테마로 구성되는데 아주 깔끔하고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고 풍선을 끈과 연결해 끈을 굴려보낸 뒤 가운데를 잘라 풍선을 날려보내는 leap까지는 ppt 잘 만들었다는 것 빼곤 별달리 감흥이 없었는데, hop부터는 회전 선풍기를 눕혀서 소리를 만들고, jump에서는 machina를 이용해 높은 점프를 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등, 점차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예르지 비엘스키와 산드라 애브아뷔의 +-/,1_;X%는 ㄷ자 테이블에 의자를 두어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인 공연이었다. 관객들은 단지 무대 위에 앉아있는 관객 그 이상은 아니었고, 객석과 무대 간 소통은 힙합에서의 say ho-정도의 메아리 정도밖에 하지도 않지만, 뜬금없이 앉아있는 존재로서의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one hundred point twelve 이런 숫자들을 영어로 외치고, success라는 단어를 속삭이듯 이야기하고, 타자치는 소리 등을 음향으로 사용한다. 움직임도 파워풀하고, 멘트의 방식도 참신했다. 다음에 온전한 공연으로 한번 더 보고 싶다.




엘리제 르라의 RHIZOMES의 안내 자막은 너무나도 흐릿하여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 나는 모든 관객에게 이해할만한 설명이 제공되어야 하는 것의

필요성을 느낀다. 텍스트를 이해 못 해서인지 움직임만 눈에 들어왔는데, 움직임이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를 하듯 강한 움직임에서 약한 움직임으로, 조성이 A-B-A-B 이렇게 바뀌듯 약한 움직임에서 다른 움직임으로 전환된다는 것 등이 보였다. 그닥 인상에 남는 것은 없다.




까오 신 위의 AN INSCRUTABLE MAN은 동양 무예나 중국 서커스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런 춤이 정말 어려운 것은, 군무를 잘 맞춰서 추면 인정을 받지만 군무에서 조금이라도 동작의 시점이 맞지 않으면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 공연이었고, 군무에서는 살짝 맞지 않는 부분이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운 것들을 잘 해내는 그들을 보며 인간의 몸이 어떠한지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흑인들의 몸에 리듬감과 근육들이 탑재되어있다고, 동양인들을 내심 낮게 보던 내게 또 다른 것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맨 마지막 작품은 환경오염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놀이방 플라스틱 공이 깔린 바닥에 어떤 군복입은 남자가 목을 땅에 대고 등을 보인채 거꾸로 누워있다. 이윽고 방진복을 입어 텔레토비처럼 앙증맞아보이는 임정하, 한아름 무용수들이 또한 아장아장(!) 걸어나온다.


환경오염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뽀뽀도 방독면 위로 해야 하는 웃픔이 있었다. 작품 전반적으로 나름 상징들이 있었다. 무대 중앙에 기이한 자세로 누워있는 무용수는 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자같은, 예비군 바지와 회색 티를 입고 다닌다. 평범하게 수퍼에서 구입할 수 있는 500ml 플라스틱 생수통을 물고.

물을 마시고 그는 섹슈얼한 방식으로 물을 배출하는데 그 물은 또 환경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프레임가스 스프레이다. 질러놓기하면 하는 인간을 상징한 것일까?

내용이 더 있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짧아서 다 보여주지 못한 것도 같아 아쉬웠던 작품이다.




전체적으로는 독특한 발상의 퍼포먼스에 기발한 움직임들, 그래서 더욱 즐거운 댄스 엘라지 결선이었다. 이런 작품을 볼 수 있어 눈호강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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