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결혼식에 설렐 나이는 지났건만.
인도는 연상연하, 동갑 커플은 존재하지 않는단다.
대부분 4-6살 차이가 나는 결혼을 하고,
연애결혼보다는 집안에서 소개해주는 결혼을 한다.
신랑은 한국나이로 32세, 신부는 28세다. G의 가족은 크리스천 가족이라 정통 힌디 결혼식이 아니라
인도의 정교회같은 느낌의 장소에서 결혼식을 했다.
케랄라는 예수님의 제자, 도마가 선교하러 온 곳이기에 여기 크리스챤들이 정통성이 있다고 (그들 사이에서) 믿어진다고 했다.
인도에 아직 카스트제가 있듯, 고대부터 믿어온
크리스챤 집안 간 결혼하려는 풍조도 있다고 한다.
일종의 종교귀족같은 느낌인 걸까?
한국에서 가져간 클럽용 원피스는 퇴짜맞았다.
회색이라 너무 초라한데(재질이 블링블링한데!)
무릎길이 드레스라 종아리가 보여서 안 된다고. 헐.
여기는 엉덩이와 가슴과 다리가 보이면 안 된다.
엉덩이를 가릴 수 있게 긴 상의를 입거나 가슴을 가리기 위해 스카프같은 것을 가슴 위로 두르거나
다리를 가리기 위해 긴 치마를 입거나 한다.
한국에서 가져간 티셔츠는 충분히 길지 않아
꾸르따라고 하는 긴 상의를 구입해서 입고 다녔다.
나는 사실 허리 보이는 게 더 야하다고 생각했지만.
사리를 입으면 배와 등이 일부 드러난다.
그런데 인도는 마른 것을 추구하지 않는 주의라
배가 나와도 아름답고 자연스럽다.
G의 어머니(이하 암마)가 사리를 빌려주셨다.
인도여자는 결혼을 하면 결혼 전에 입었던 옷을
모두 버리고 새로 사야 한다.
내가 입은 사리도 암마가 결혼 이후 산 것이라고.
이래저래 인도도 아시아 문화권이라 그런지
남자들에게는 이로운 것들이 많은데
여자들에게는 불합리한 것들이 비례적으로 많다.
결혼식 비용도 전부 여자측에서 부담해야 하고,
여자가 혼수로 금 액세서리를 전부 사가야 하는 등.
인도를 다녀보면 금가게가 그렇게나 많다.
예물 고르는 커플들과 가족들도 많고.
유럽의 보유 금보다 인도의 금이 몇 배가 많단다.
부유하지 못한 가족들은 여자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고, 인도 북부 지역에서는 여자아이를 낙태하거나 버린다고 한다. G말로는 북부로 갈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단다. 남자 10명에 여자 7명이라 성폭행 같은 비극이 많이 일어난다고. 그래, 뭐든지 균형이 중요하다. 중국에서도 그렇고 인도에서도 그렇고, 여자는 정말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하하
여기 웨딩사진은 모든 사람이 나왔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한국에서는 통상 다들 눈 뜨고 잘 나온 것을 선호하는데, 인도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오늘의 결혼앨범을 보았는데 친척들이 눈 감은 사진이 어찌나 많은지! ㅎㅎㅎ심지어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신부의 굴욕사진도 있었다.
이런 사진을 앨범에 넣다니, 재미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