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언제나 나는 쫄보였다.
위험한 여행지는 관심 밖이었다.
안전하다고 하는 일본, 중국, 미국, 괌 정도만 가봤다. 위험하다고 알려졌지만 그나마 가본 곳은 남미..
직장 동료가 같이 태국 여행가자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테러 위험이 있다고 해서 태국도 안 갔다.
(패키지는 또 싫어서 저런 나라들 전부
자유여행으로만 다녔다는 게 함정)
그런데 인도를 왔다. 생각보다 안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현지인 친구와 현지인 가족들과 함께 다녔기 때문에 설사, 사기, 강도, 성추행 등을 겪어보지 못했고 언제나 보호받았다.
그러나 인도는 나에게 정글같았다.
코브라가 있고 코끼리가 있는 나라.
G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지만
생명체라곤 개미까지 박멸해서
오로지 인간밖에 안 보이는 서울,
거기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인도가
신비한 생명들로 가득한 정글 같았는 걸.
이 곳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식물과 동물과 인간과 곤충이 함께 살아간다.
나 어렸을 때만 해도
비오면 지렁이가 땅 밖으로 나왔고,
집에 개미가 출몰하여
맛있는 음식은 얼른 냉장고에 넣었어야 했는데.
학교에 가다가 벌에도 쏘인 적이 있고...
왕개미 데리고 장난치고 논 적도 있고.
무엇보다도 벚나무엔 버찌가 열렸는데.
흰 옷입고 버찌따다
옷에 바알간 버찌 물이 배어
엄마한테 혼나곤 했는데.
요새 벚나무를 보지만 버찌는 열리지 않는다.
어째, 열매가 없는 나무가 있다요?
독성물질을 해독한다는 그 은행나무도
오염을 견디지 못해 단지들이 생기고,
그 열매인 은행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어느샌가 그들은 싹다 박멸되고,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이라는 책 제목처럼
결실없는 나무, 결실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나무들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보기 싫다고
그들의 생명을 가차없이 베어낸 건 아닌지
작은 생명들에게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