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폭발하다.
이게 뭔 일이여.
"난, 경고했다. 엄마가 지금 참고 있다고."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지만, 남편은 일이 많아서 야근.
그래서 남편과 둘이서 기분 좋게 배부르게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내 생각을 벗어나지 않고 예상대로 침대에 늘어져있거나 TV,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빈둥대고 있었다.
거실에 널어놓은 빨래는 아직 그대로, 닦지 않은 식탁...
그리고,, 생일파티를 못한다는 말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한숨소리.
무엇을 향한 소리인지 알 것 같다.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드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패스트푸드를 못 먹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려고 하는데 막내의 요구사항들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여름옷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옷장에 걸려있는 옷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본인의 스타일을 추구하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엄마에게 몇 시간 들여 찾은 캡처 사진들을 보내는 것이다.
당연히, 아이가 입을 옷이 없다면 사주겠지. 그러나, 아이는 본인의 스타일이 있다고 기어코 고집을 부린다.
"지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알아? 있는 것부터, 언니들 입던 옷 물려 입고하는거지!!"
아무리 말해봐야 소귀에 경읽기다.
조금씩 조금씩 나의 저 깊숙한 곳에 쌓여있던 아이들애 대한 짜증 수위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폭발했다.
소리 없는 총성이 나에게만 들린다.
빵야, 빵야, 빵야
아직 제날짜까지 마무리 못한 아이의 학습지를 불시에 확인하는 순간, 아이에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옷을 사주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해야 할 일, 즉 학습지 매일 하기, 책 읽기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당장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내게 오히려 짜증을 내고, 규칙적으로 명확한 답변을 요구한다.
난 그런 것이 싫다. 내 자식이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해버리는 것이 화가 난다.
아이들이 그걸 빨리 알았으면 좋겠는데 허망한 것들을 쫒고 있으니 그 때문에 옷을 사달라는 작은 부탁에 버럭 화를 낸 것이다.
나의 일방적인 감정 쏟아버림 뒤에, 훌쩍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내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그동안 쌓인 감정도 함께 흘러 보냈다.
내가 이미 지나 보니 너무 아쉬운 시간들이 많은데...
아이들 스스로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더시간이 흐르기 전에 말이다.
이젠 나도 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면서 다그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렇게 우린 또 함께 한 뼘 더 자랐다.
지나영 박사님의 [20초 허그 챌린지]가 생각났다.
아이들의 길어진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고 아이들을 살짝 안아주었다. 20초 동안.
그리고 말해주었다.
"엄마도 사람이라, 그동안 쌓인 것들이 오늘 폭발한 거야. 화내서 미안해.
그리고 OO야, 너는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
둘째가 나에게 말해준다.
이렇게 따뜻하게. 나만 안 자란 건가... 아이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라 있었다.
감사하다.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