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덕보는 요즘.

by 리카

주변 어르신들이 딸이 셋이라고 하면 나중에 커서 딸들 덕을 많이 볼 거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그럴 때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그게 언제쯤 일지 까마득해서 공감이 가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벌써 큰 딸이 이십 대가 되고, 대학생이 되고 나니 조그만일에도 감사할 것들이 많이 생긴다. 작게는 나의 화장이나 화장품, 옷 등 다양하다.

아이가 첫 아르바이트를 하고 첫 월급을 받고 나서 선물을 사주었다. 무엇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아이가 힘들게 카페 알바를 하고 받아온 적은 돈으로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먼저 떠올렸다는 것이 더 감동이었던 것 같다. 그 뒤에도 큰 딸은 알바를 하고 급여를 받으면 어른들께 커피 쿠폰이라도 선물하곤 한다.


일본으로 단기유학을 떠나기 전 딸아이는 학비에 보템이 되고자 휴학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신발 프랜차이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직원 할인 쿠폰이 생길 때마다 아빠를 위한 러닝화도 사주고, 꼭 필요한 가방도 사준다. 동생들과 (특히 막둥이와) 가끔 트러블이 생기긴 하지만, 아직 어린 동생들을 챙기는 데에도 어른 티가 난다.


요즘 러닝도 하고,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도 하다 보니 아이가 아빠와 커플템으로 운동화를 골라준다. 딸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러닝화 브랜드인데, 신어보니 예전에 유행했던 마사이족 아웃솔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 딸이 있으니 이런저런 덕을 많이 본다. 아들은 안 키워봐서 모르겠지만, 딸이라서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도 조금은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솔직히 남편보다 내가 덕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집안일이 밀려있으면 엄마 힘들다고 큰 소리로 나머지 가족들에게 함께 하자고 독려해주기도 하고, 내가 잠을 잘 못 자거나 피곤해하면 걱정되어 챙겨주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친정어머니에게 여자로서 느껴지는 그 마음이 나의 딸들에게도 생기나 보다.


큰딸이 고등학교 때 처음 만든 30초 영화 제목이 “성명”이다. 여자가 결혼하고는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게 되는. 여보나 엄마, 누구 엄마로 불리게 되는데 살다 보니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되어가는 것에 대한 감정이 그 30초에 담겨있다.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감정으로 인해 엄마들은 커가는 딸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얻나 보다. 꼭 물질이 아니라도 감정을 치유해주기도 하고, 내 편이 되어주기도 하기도 하니까.


딸 덕 보는 요즘, 아니 난 셋이니 쭉~~~~~. 내편들로 인해 든든하다.


남편과 나의 커플템 러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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