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루장 Jan 25. 2022

빨간 피터가 의원님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의원님.

의원님께서는 검찰의 상명하복 조직 문화에 따른 기소권의 오남용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하나회 척결 이후 그 권력의 빈자리를 정치검찰이 차지한 지 30여 년이 넘었습니다. 그들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당당하게 말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박수를 보낸 것도 의원님과 뜻을 같이 하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자기들만의 조직을 위해 자신의 모든 권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숭이한테 검사복을 입혀놔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이는 자기들만을 위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검사와 우리 원숭이와 비교하는 것은 우리 저권狙權을 모독하는 말씀입니다. 인간에게만 인권이 있는 게 아닙니다. 저희는 동물의 하나로서 저희 나름의 저권狙權이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원숭이는 무지하다는 인종 아니 동물 차별적 사고를 가지고 계십니다. 원숭이인 저로서는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인간이 원숭이보다 합리적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데도 말입니다. 당연히 의원님께서는 우리 원숭이와 동물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저는 원숭이의 하나로서 정중히 다시 한번 요구합니다.


의원님이나 대부분 인간은 알고 있는 것을 소위 엘리트라고 말하는 조직에 충성하는 정치 검사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보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그들 또한 합리적일 거라고 여기는 것은 의원님을 비롯한 대다수 비합리적인 인간의 잘못된 생각입니다. 사오노 나나미는 카이사르의 입을 빌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본디 합리적이지 않고 그러기에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단지 합리적으로 행동하리라고 믿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원숭이인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는 인간에 대해서 너무나 인간적으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우리 원숭이보다 더 합리적일 거라는 생각은 일종의 환상입니다. 인간들이 대문호라고 말하는 노신 선생께서도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에 빠진 개는 때려잡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인정에 얽매여 살려두면 결국 살려준 인간을 문다고 했습니다. 누더기 걸친 사람이 지나가면 발바리가 컹컹 짖어댑니다. 그러나 이것은 꼭 개 주인의 뜻이거나 주인이 시켜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발바리는 종종 그의 주인보다도 더 사납게 굽니다. 개의 본성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혹 일만 년 뒤라면 지금과 다를지 모르겠으나, 그들이 존재하는 세상은 현재의 일입니다. 만일 물에 빠진 뒤 그의 처지를 너무 가련하다고 여긴다면, 사람을 해치는 동물 중 가련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오래전 마키아벨리도 다른 누군가가 권력을 얻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자는 자멸한다고 했습니다. 틈을 준 의원님과 의원님과 뜻을 같이 같이 하는 분들의 치명적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의원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습니다. 개에게 개밥 주는 사람이 주인인 것과 같이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입니다. 패거리를 유지하는 그들은 개밥으로 만족하지 못합니다. 주인을 물기도 합니다. 원숭이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은 주인은 뒷배를 봐주는 그들 패거리의 두목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그들과 의원님과의 관계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원숭이의 입장에서 말씀드릴 뿐입니다. 의원님이 합리적이지 못한 검사들과 우리 원숭이를 비유하여 검사복을 입혀도 그들보다 낫다고 하신 말씀은 우리 원숭이의 권리 즉 저권狙權을 심각하게 침해하였음을 다시 말씀드릴 뿐입니다. 아울러 진실한 사과를 요청합니다. 저는 단지 그것을 말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심히 불쾌한 저권狙權을 심각하게 모독하고 있습니다. 의원님, 원숭이의 권리를 찾고자 할 뿐입니다. 정중하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청 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형도, 장정일과의 짧은 여행 기록 그리고 김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