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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Dec 26. 2021

친절한 글은 있어도
친절한 독자는 없다.

아홉 가지만 고쳐도 글맛이 산다

우연히 본 “없어도 되는 ‘것’이다.” 왜 “없는 되는 것은 ‘것’이다”가 아닐까? 읽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부분만 읽고 싶었다. 글을 쓰고 나면 나도 모르게 많이 쓰는  ~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다라는 어투이다. 눈으로 글을 읽으면 타성에 젖어 이상한  모르지만, 입으로 소리  읽으면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고 입에 걸린다. 부자연스럽다. 쓰면  되는 말이다. 아니 고쳐야  부분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뭘까? 내가 행한 그대로, 생각한 그대로, 생긴 그대로,  사실대로 쓰지 않아서다.   멋지게 꾸미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니 뭐니 하는 성현의 멋진 말을 살짝 끼워 넣는다. ‘날씨가 덥다하면  것을, 글을 멋지게 꾸민답시고 찜통을 끌어들여 삶은 돼지의 살덩이에 비유한다. 그럴싸한 표현으로 잔뜩 꾸미고 홀로 기분이 좋아 들뜬다.

꾸미지 말자.  좋은 충고이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때는 솔직하게, 쓰고 나선 뻔뻔하면 된다. 조금  쓰면 어떠랴.  쓰는 사람도 많은   어색하게 쓰면 어떠한가. 고치면 된다. 조금 뻔뻔해지면 편해진다.

글은 친절해야 한다. 읽는 사람이 끝까지 읽을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야 한다. 요즘 사람, 성격이 급하다 못해 더럽다. 까딱 잘못하다가   얻어터진다. 이런 판국에 이리저리 헷갈리는 골목길을 오가게 글을 쓰면 친절하게 읽어줄 독자는 없다.

친절한 글은 있어도 친절한 독자는 없다.

친절한 글은 즐거운 글쓰기에서 나온다. 글쓰기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다. 얼굴을 찌푸린 사람에게서 호감을 느끼기 어렵다. 글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글쓰기는 글을 즐겁게 읽게 한다.


아홉 가지만 고쳐도 글맛이 산다 오도엽의 《속 시원한 글쓰기》의 부록으로 알려준 팁이다. 다른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보다  아홉 가지만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면 지금보다 좋은 글맛이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글임에 틀림없다.

짧을수록 좋다.
문장을 짧을수록 좋다. 문장이 길면 내용 파악이 어렵다.  문장은  길이가 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좋은 문장이 아니다. 정신을 집중해서 읽어도 내용 파악이 어렵다. 문장이 짧아야 이해가 쉽다. 짧은 문장을 기본으로 하고,  문장을 섞어 쓰는 것이 좋다.  문단에  가지만 이야기하라. 다른 이야기는 문단을 나눠라.


한 문장에 30자를 넘지 말라. 한 문장이 두 줄을 넘기면 나눌 곳이 있나 살펴야 한다. 나눌 곳이 없어도 일부러 나누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주어와 술어, 주어와 목적어와 술어, 주어와 보어와 술어, 이 세 가지 형식이면 어떤 문장도 만들 수 있다.

없어도 되는 ‘이다.
~ 것이다 반복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정작 없어도 되는 것은 ~ 것이다이다.


것이다’ 열 개 가운데 아홉은 없어도 문장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왜 쓸까? 물론 습관이다. (아주 나쁜 습관)

생각해보지 말고 생각하자.
가져보지 말고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보지 말고 생각하자. 문장에 있는 군살만 없애도 문장이 저절로 짧아진다. 종이도 절약된다. 글도 깔끔하다. 읽어보고 가보고 느껴보고  보고 ···.  불필요한 말이다.

반복되는 단어는 지우자.
 문단에 같은 말이 반복되거나,  문장에 같은 단어가 반복된다면 과감히 지우자.  문단에   있으면 같은 말이 나오지 않게 하자. 비슷한  또는 다른 말로 바꾸는 연습도 글쓰기 공부다. 바꿀 말이 없으면 사전을 찾자.  멋진 말이 기다리고 있다.

문장의 시작은 깔끔하게.
문장의 시작에 접속사나 강조하는 말을 넣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나, 그러므로와 같은 접속사는 없어도 문장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접속사는 문장의 맛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접속사를 지우고 말이 되게 문장을 만드는 연습도 중요하다.
분명, 결국, 왜냐하면과 같은 말도 자신의 논리를 독자에게 강요하려는 엉큼한 속셈이 숨어 있다. 없어도 되는 단어는 지워야 글이 파닥파닥 살아난다.

문장의 끝도 깔끔하게.
인터뷰 글이나 다른 사람의 말을 옮길  말끝마다 ~ 한다 반복. 인용하려면 정확하게 따옴표 안에  말을 그대로 옮겨주는  맞다. 하지만 굳이 밝히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말이라는    있을 때는 ~ 한다 빼도 괜찮다. 서술어, 말끝을 간략하게 만들면  읽는 사람이 편하고,  전달도 정확하다.

같을 필요 없다.
글은 정확해야 한다. 굳이 같을 필요가 없다. 버릇처럼 말끝에 '같은'이나 같았다 쓴다. 지워도 문장이 되고, 정확한 문장으로 살아난다.

⑧ ~으로써 어려워진다.
~으로서 ~으로써 쓰지 않으면 문장이 돋보인다. 말에 힘이 들어가는 단어는 지우거나 고쳐야 한다. 버릇이 되어 이런 글자가 없으면 글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착각이다. 몸에  버릇은 훈련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는다.
글이 고쳐지지 않으면 앞뒤 문장을 바꿔보자. 문장이나 단어를 아예 없애도 보자. 어느 순간 자신이 쓰려고 했던 글이 새롭게 태어난다.

과거의 과거도 과거일 .
글은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써야 살아난다. 과거의 일도 현재처럼   있다. 지난 일을 말한다는  독자에게 알렸다면 현재처럼 문장을 써도 상관없다. 너무 과거형이니 현재형이니 시제에 얽매이지 마라. 시제에 끌려가다 과거의 과거도 과거일 뿐인데, 쌍시옷이   들어가는 말을 쓴다. 생각하지 말고 지워라.

유猶, 예豫는 상상 속의 동물로 각각 원숭이와 코끼리를 닮았다. 유猶는 의심이 많아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도망친다. 예豫는 몸집은 코끼리만 한데 겁이 많아서 자주 망설인다. 유예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함. 주저함. 명백하지 않고, 결정되어 있지 않음'이다. 글쓰기의 비법이란 없다. 글쟁이도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 직전에 쓴다. 유예猶豫다. 글의 구상 단계에서 신중한 것은 좋다. 그러나 궁리하는 것과 유예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_박태건, 원광대 교수

지금 쓰지 않고 조금  미룬다고 완벽해지지 않는다. 지금  일은 당장 쓰기 시작하는 일뿐이다.


덧_

《속 시원한 글쓰기》, 오도엽,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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