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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Dec 17. 2021

‘안 팔린다’와 ‘안 읽는다’의 차이

단군 이래 출판업에 호황은 없다

대부분 제조 업체나 유통업체는 장사가 안되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단 한 군데만 (소비자가)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말한다. 출판업자는 “요즈음 독자는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사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해는 가지만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매출의 문제는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의 몫이다. 유통질서, 즉 출판시장의 왜곡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느 유통도 그만큼 왜곡되지 않은 업종은 없다. 시장의 왜곡을 만든 것도 자신이기에 해결도 자신이 해야 한다.


사자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오늘날의 사람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책을 읽은 이는 전체 숫자와 비교하면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대다수 사람이 행하고 있다 하여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압도적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소수 책 읽는 이가 벌이는 일종의 음모임이 틀림없다. _강유원


이 지구에 살아 있는 사람 중 절대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지극히 당연하다. 책을 읽지 않는다며 위기감과 강박관념을 조장하는 것은 일종의 음모이다. 문자는 소수의 전유물이었고 우리도 지금처럼 책을 활자화하여 대중이 읽은 것은 불과 100여 년 전이다.


과연 출판시장은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본다. 완전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 매출 내림세는 바로 오름세로 되돌아설 것이다. 그러니 출판계가 온 힘을 모아 도서정가제의 입법화에 총력을 매진해야 한다. _한기호


책 판매 활성화 방법으로 도서정가제를 주장했다. ‘도서정가제’ 시행되었다. 2014년 시행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법의 칼’처럼 외치던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어도 늘 출판은 불황이다. 출판업계는 계속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사실 나 같은 불량(?) 독자는 도서정가제에 관심이 없다. 많은 출판사가 없어지고 또 많은 출판사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많이 팔려서 (많이 팔아서가 아니다.) 큰 출판사가 되었다고 꼭 좋은 책을 만든다는 확신이 없다. 그런 출판사는 다시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들 것이다.


지역 출판업계 A 관계자는 “우리나라 출판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이다. 이대로라면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대다수의 출판업계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도서정가제의 시행은 결과적으로 죽어가던 출판업계에 비수를 꽂는 정책이 됐다. 출판업계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더한 경우엔 출판사가 문을 닫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


대형 서점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에 대체로 찬성한다. 서울의 한 대형 서점 관계자는 지난 4월 도서정가제를 폐지하자는 한 소비자의 국민청원이 3만 5,000여 건의 동의를 얻은 사실을 지적하며, “지역 서점을 살리려고 도서정가제를 하는 것은 좋으나, 정가제를 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다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불황에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라도 정가제를 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서점 관계자는 도서의 재고 · 회전율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대형서점 같은 경우 과거에는 쌓여있는 재고를 홈쇼핑에서 50%에 팔기도 했다”며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이런 할인을 할 수 없어 우리뿐만 아니라 출판사 쪽에서도 도서정가제 시행 후 창고비 등 재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모두가 ‘도서정가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는 이가 있는 반면, 더 강한 ‘도서정가제’를 원하고 있는 이도 있다. 그들은 할인 없는 절대적인 정책으로 지역서점과 출판시장을 살리고자 한다. “문화 다양성의 보루인 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서정가제 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이처럼 ‘도서정가제’를 강화한다고 어려운 출판시장이 좋아질까? 의문이다.


지역서점은 실물 도서를 볼 수 있는 지역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크지만, 온라인 서점과 경쟁하기 위한 판매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최대 15%까지 직간접 할인을 허용한다. 규모가 큰 인터넷서점은 그 조건을 모두 사용하지만, 지역서점 가운데 그렇게 하는 곳은 없다.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역서점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도서정가제’라지만 실제 판매 가격 차이가 커서 지역서점이 최소한의 경쟁력조차 갖기 어렵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활동 제한으로 지역서점 고객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오늘날 프랑스 출판시장에서 규모가 작은 독립서점(체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을 제외한 서점)의 비중이 40%(한국은 약 20%)를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랑법’ 덕분이다. 소량 부수만 발행하는 대부분의 책이 생산, 유통, 판매되는 데 있어서 도서정가제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지역서점의 씨가 더 마르지 않도록, 독자들이 직접 책을 보고 구입할 권리를 위해, 15% 직간접 할인이라는 원천적인 거품 가격을 제거하기 위해, 문화 다양성의 보루인 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서정가제 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


요즘 것(?)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동네 책방이 죽어간다. 온라인 서점에서만 구매한다. 온라인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 죽는다. 문화가 살 길이 없다. 늘 출판업계가 단군이래 최대 불황이다. …

 

출판사라는 것들은 돈 되는 책만 찍어 된다. 도무지 읽을 책이 없다. 볼만한 책은 출간된지도 모르다가 찾아보면 절판이다. 팔리는, 돈 되는 것만 찍는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읽을 책을 찾으면 어김없이 절판이다. 책이 좀 팔린다 싶으면 값을 올려 개정판을 만든다. 개정판을 내면서 이전 판의 오타는 그대로 유지(?)한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표지만 바꿔 같은 책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궁금한 점은 강유원의 말처럼 “고전이라는 사실이 그 책을 널리 또 열심히 읽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널리’, ‘열심히’, 특히 ‘널리’를 결정하는 요인은 책의 내용과는 무관한 것일 수 있으며, 이것을 명쾌하게 밝혀내기만 한다면, 오늘날에도 출판시장을 단숨에 장악할 수 있을 터”일 것이다.


널리 읽히는데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에 하나가 그 책을 추종하는 집단의 규모이다. 성서가 최고의 스테디셀러인 것은 성서 자체의 내용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성서를 경전으로 삼는 집단이 성서를 널리 읽히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강유원이 지적처럼 널리 읽히려면 책을 추종하는 추종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책의 내용보다도 추종집단을 만드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구텐베르크 이야기만 나오면 우리의 목소리는 근엄해진다. “우리 금속활자는 무려 이백 년을 앞선”이라 하면서, 가치를 폄훼해서는 안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활자가 아니라 인쇄술이다. 활자를 고정해서 얼마나 많은 문서를 능률적으로 인쇄하느냐는 문제.


활자보다 많은 문서를 능률적으로 인쇄하느냐가 중요하다. 능률적으로 인쇄하느냐는 것보다 어떤 텍스트를 담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널리 읽히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미디어인 책은, 경쟁자의 속도와 흥미와 자극을 따라잡기 어렵다. 활자를 읽어 몸에 새겨야 할 세대의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쓰는 사람은 물론 읽는 사람더러 대중이라 칭하기 어려운 시기다. 소수 취향을 위한 사양 산업. 출판업이 처한 현실의 냉정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_서효인


덧_

어두운 국내 출판업계, 해외는 어떨까, 뉴스앤북

도서정가제 4년 “책, 싸도 문제 비싸도 문제”… 출판 불황 타개할 대안은?, 독서신문

 도서정가제 개정 다시 논의해야 할 때, 한겨레신문

 《또  권의 벽돌》,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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