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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Feb 17. 2022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느낀 한 줄.

시대와 시대를 산 인물을 알면 그 시대의 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 세찬 바람을 맞고 살아온 그네들과 공감을 하고 싶다.


신경림(지은이)의 말

평소 지인들로부터 수차례 자서전을 써 보라는 권유를 받은 일이 있지만 번번이 거절한 것은, 내 삶이 남의 흥미를 끌 정도로 화려하지도 못했고 또 기록으로 남길 만큼 굴곡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였다. 말하자면 너무나 재미없는 평범한 글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위의 두 글을 쓴 것은 하나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도 앞서 산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며 자랐는가를 알았으면 해서였고, 또 하나는 오십여 년 전 문단의 풍속도를 아는 것이 우리 문학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였다. (…) 그러나 써 놓고 생각하니 이러한 글들도 내가 시를 쓰는 일을 적잖이 도왔으며,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을 위하여 다소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면구스러운 점 없지 않으면서도 책으로 낼 용기를 냈다. 독자들이 웃고 읽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오래전에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사연이 참 많다. 책을 읽고 여러 명에게 빌려주어 읽게 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책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책 제목처럼 '못난 놈'의 하룻밤의 푸닥거리다. '한 여름밤의 꿈'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요. 개꿈이었다.


신경림의 글은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간다. 이웃집에 사시는 마음씨 좋고 조금 나이 든 아저씨의 느낌이다. 늘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 같다. 지나가는 아이들을 불러놓고 막걸리 한 잔 축여가며 두런두런 동네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아저씨가 떠오른다.


책의 기획의도처럼 '문단의 거목들이 들려주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신경림의 자화상이다. 어린 시절과 삶의 뒤안길, 이렇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의 신경림 시인의 지나온 삶과 문단에 나온 이후 시인과 연관이 있는 많은 문인이 나온다. 신경림의 자화상이지만 지금은 잊히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수많은 문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시인을 찾아서》의 부록 편을 읽는다는 생각이 든다. 꼭 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많은 문인과의 인연을 말해주고 있다. 읽고 있는 순간에는 마치 그 시대, 그 장소와 동화되어 바로 옆에서 같이 느끼는 것 같은 생생함이 있다. 막걸리 한 잔을 같이 기울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느낌은 내가 등단하여 신경림 시인을 선배로 모시고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 꿈속에서.


덧_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문학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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