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18가지 투자 원칙
제목이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의 생각법》 이 그러하다. 책 내용과 비교하면 제목이 따라주지 못한다. 매우 자극적이며 선정적(?)이다. ‘행동경제학’으로 분류되어야 할 책을 (알라딘에서는) 자기 계발, 성공학으로 분류하고 있다. 출판사의 고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기 계발서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이상한 공화국, 한국에서는 힐링과 자기 계발만이 그나마 연명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모순에 적응해야 한다. 서로 모순된 주장이지만 그럴듯하게 들렸고, 모두 맞는 말 같다. 저자는 금융 전문 기자로 일하기 시작한 날부터 자본주의 시장의 모순, 전문가의 상반된 주장을 접했다. 첫날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전문가와 통화해 의견을 구했다. 그는 주가가 하락한 이유가 ‘유로화 강세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배운 환율 이론에 맞는 설명이었다. 코멘트를 받아 적고 몇몇 주식 시세를 덧붙여 새내기 금융 기자의 따끈따끈한 첫 기사가 완성됐다. 그런데 다음 날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다른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묻자 ‘유로화 강세 때문’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어제는 유로화 강세 때문에 주가가 내려갔는데, 오늘은 그것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 두 전문가의 설명이 모두 맞는 말이어서 난감했다고 한다.
자본 시장에서 이론이란 마치 머리카락이 둥둥 떠다니는 수프와 같다. 문제는 그 수프를 먹으려면 머리카락을 건져 내야 한다. “재산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18가지 투자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막에 정리하고 있다. 어이없는 실수나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않는 방법이다.
1. 워런 버핏이 월스트리트에 살지 않는 이유를 기억하라.
금융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집단 광기에 불필요하게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지 마라. 그리고 매일 금융 전문지를 읽지 마라. 일상의 활력소가 될 약간의 모험과 짜릿함을 느끼려면 손해를 입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금액만 투자하라.
2. 투자 세계에서 언제나 통하는 법칙은 없다.
동전을 몇 번 던져 그림이 나온 횟수와 숫자가 나온 횟수를 기록해 보면 어떤 규칙이나 패턴이 금방 눈에 띌 것이다. 증권시장에서 나타나는 패턴도 동전 던지기와 마찬가지로 우연일 수 있다. 우연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고 매우 그럴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3. 본전 생각은 버려라.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보았고 그 손실을 메우려고 추가 매수했다가 더 큰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면 그 당시 실패를 기억나게 하는 자료를 액자에 걸어 두고 추가 매수를 고민할 때마다 그 액자를 보라. 거래 당시의 가격을 잊고 손절매 주문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면 손실 회피 심리로 인해 손해 보는 일이 줄어든다.
4. 푼돈의 무서움을 기억해라.
일상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지출과 추가적인 비용은 별 것 아닌 듯싶지만 소소한 지출이 모여 큰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손실은 관점에 달려 있고 모험을 거는 태도 또한 상황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손실을 본 사람은 단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전 재산을 가망 없는 곳에 걸기도 한다.
5. 손해를 인정하는 법을 익혀라.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적게 내는 길은 돈을 적게 버는 방법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벌면서 세금을 적게 낼 수는 없다. 손실 본 주식을 팔 때는 그 손실로 인해 납부해야 할 세금이 줄어든다라고 생각해라. 그러면 수익을 낸 주식을 파는 대신 손실을 본 주식을 파는 것이 훨씬 쉬어진다.
6. 늘 처음을 생각해라.
‘오늘 처음 투자하는데 꼭 이 주식을 사야 하나?’라고 스스로에게 묻자. 이때 ‘아니다’라는 답이 나오면 해당 주식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 주식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는 처음으로 해당 주식에 투자한다고 상상하면 도움이 된다.
7. 말의 핵심을 파악하라.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고 대안을 찾아라. 분석가, 상담원, 동료 심지어 본인 스스로 이 주식 목표가 200이라고 말할 때 반대로 해당 주식이 20으로 떨어질 근거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주식을 살 때는 파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봐야 한다. 그 사람은 왜 팔까? 자신이 보기에도 그 이유가 타당한가?
8. 돈을 쓰기 전에 며칠만 기다려라.
공돈이 생기면 바로 쓰지 말고 적어도 일주일은 은행에 넣어 두어라. 시간이 지나면 마음의 회계 장부가 그 돈을 공돈이 아닌 다른 계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쉽게 지출하지 못하게 된다.
9. 포트폴리오 전체를 생각해라.
투자할 때에는 지출과 수입을 일일이 살피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 투자 대상이 아닌 전체 포트폴리오를 살펴야 한다. 각 투자를 유형, 분야, 국가, 통화로 분류하여 포트폴리오 조망도를 완성하라. 그래야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막아준다.
10. 작은 변화를 자주 시도하라.
작은 것이라도 매주 새로운 일을 시도하라. 그리고 오래된 습관을 의심하라. 이러한 시도는 일상에서 현상 유지 편향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단기적으로는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한 일을 후회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11.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비용이다.
돈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최소한 자유 입출금 통장의 이자율이라도 떠올려라.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손해가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12. 돈을 벌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남들보다 자신이 똑똑하다는 기분이 들거나 미래를 예측하고 최고의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동전 던지기를 해라. 동전을 던져 그림이 나오는지 숫자가 나오는지 맞추는 실험을 해라. 모든 것이 통계의 환상에서 비롯된 착각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가 투자 과정에서 일으킬 위험을 상기하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13. 투자를 기록해라.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것을 결정한 이유, 그 결정으로 기대하는 내용을 기록해라. 그리고 그 결정에 반대되는 근거도 기록해라. 결정 근거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어라. 두 견해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고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도 표시해라. 투자 일지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투자를 결정할 때 신중해질 수 있다.
14. 늘 의심하라.
현상 유지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일에 항상 딴지를 걸어야 한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 일을 하면 안 되는 까닭도 찾아봐야 한다. 당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찾아서 그의 비판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다. 예스맨과 아첨꾼을 곁에 두기는 쉽다. 다만 돈을 잃을 뿐이다.
15. 계좌에 이름을 붙여라.
보유한 계좌에 일일이 이름을 붙이면 저축 의지를 강화할 수 있다. 교육, 자동차 구매, 노후대책 등으로 이름 붙인 계좌의 돈은 쉽게 인출하지 못한다.
16. 금융 위기는 생각보다 자주 온다.
금융 시장의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괴물 파도처럼 갑작스러운 위기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있었다. 이를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와 노후대책을 계획해야 한다.
17. 자동이체, 자동주문을 활용하라.
손절매 주문은 자동 항법 장치와 비슷하다. 그리고 적금통장을 개설하여 자동이체를 걸어 놓은 것도 자동 항법 장치이다. 긴 시간일수록 자동 항법 장치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
18. 지금 당장 시작하라.
투자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저축도 많이 할 수 있고 이자 수익도 많이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좋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장기투자는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 순간뿐만 아니라 투자하기에 최적인 아주 중요한 순간에도 투자에 동참할 기회를 준다.
18가지를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저자의 말처럼 단지 앞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아니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비용이다.”
하노 벡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자는 자신의 약점을 다스리고 다른 이의 약점을 거울삼아 돈 벌 기회를 찾는 사람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우리’의 약점이 무엇인지 책을 통해 파헤쳐 보려고 했다.”
다음은 저자가 제시하는 투자 전략을 5가지로 요약한 것이다.
1. 시장과 거리 두기
그가 올바른 투자를 위해 가장 강조한 것은 “시장과 거리를 둬야 한다”라는 것이다. ‘채권왕’ 빌 그로스가 창립한 세계 최대 채권 펀드회사 핌코(Pimco)의 본사 뉴포트비치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해변 도시이고,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도 월스트리트에서 멀리 떨어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다. 왜 그럴까?
“시장 가운데에 있다고 해서 정보력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는 무엇이 진짜 중요한 정보인지 판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장과 거리를 둬야 하는 다른 이유는 집단이 반드시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를 볼까요? 그들은 손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책임을 회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하는 겁니다. 잘되면 본인이 잘한 것이고, 잘 안 되면 다른 사람도 똑같이 잘 안 됐다고 말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집단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을까? 그는 뜻밖에도 역사책을 많이 읽으라고 조언했다.
“전설적인 투자자의 책장에는 역사책이 많습니다. 1929년 대공황을 겪었던 사람들의 쓰라린 경험이 후대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지도 모릅니다. 불에 실제로 닿아 덴 아픔과 그 아픔을 전해 들은 것은 명백히 강도가 다르니까요.”
2. 기술적 분석 멀리하기
차트 분석은 매력적이다. 금융시장의 변화가 미리 결정된 것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우리를 안심시킨다. 벡 교수는 그러나 기술적인 분석을 통해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우연은 말 그대로 예상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고 매우 그럴듯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마음만 먹으면 과거의 주식 시세 차트에서 수천 또는 수만 가지 규칙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기술적 분석을 믿는 사람은 이런 패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패턴이 우연한 것이라면 분석 자체도 의미 없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미국 월가엔 ‘슈퍼볼 지표’라는 게 있다. 슈퍼볼에서 내셔널 풋볼 콘퍼런스(NFC) 소속팀이 우승하면 다우지수가 오르고, 아메리칸 풋볼 콘퍼런스(AFC) 팀이 우승하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통계를 보면 신기하게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슈퍼볼 결과와 다우지수는 논리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으며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이다.
3. 본전 생각 버리기
벡 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우선 돈을 크게 잃을 확률을 줄여야 하는데, 이때 본전을 찾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전 찾기의 대표적 사례가 ‘물타기(추가 매수)’이다. A사의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를 듣고 A사 주식을 100유로에 샀는데, 주가가 며칠 오르다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한다. 어느새 80%가 폭락해 20유로가 됐다. 이럴 경우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는 80유로 손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런 주식에 손대지 않는 것이다. 둘째가 바로 물타기다. 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계산법은, 주가가 20유로에서 60유로까지 오르더라도 여전히 본전과 비교하면 40유로 손실을 보게 되지만, 20유로에 주식을 더 산다면 추가 매수한 주식으로 40유로를 더 벌게 돼 본전 100유로를 모두 찾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럴 때 당신이 해야 할 질문은 딱 하나입니다. ‘지금 A사를 처음 알게 됐다면 주식을 사겠습니까?’ 추가 매수의 유혹을 느낄 때 반드시 이 질문을 하세요. ‘아니요’라는 답이 나오면 추가 매수를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주식도 팔아야 합니다.”
사람은 이미 투자한 곳에 계속 투자하려는 성향이 있다. 경제학 용어로 ‘매몰 비용’의 오류이다. 그러나 투자를 계속할 것이냐, 그만둘 것이냐를 결정하는 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4. “얼마 벌었느냐”라고 물어보기
벡 교수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했다고 하는 경제 전문가들에게는 딱 하나만 질문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얼마나 버셨어요?”
많은 경제 전문가가 어떤 사건이 일어난 뒤에 자신이 그 사건을 예측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이를 ‘사후 확신 편향’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전문가도 그 일이 일어나고 난 뒤엔 마치 자신이 예측했었다는 식으로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다.
벡 교수는 “지금도 수많은 전문가가 먹고살기 위해 언론에 나와 전망을 밝히고 책을 내는 것을 볼 때 아마 리먼 쇼크 때 크게 벌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5. 통계 믿지 않기
그동안 실적이 가장 좋은 투자회사 상품을 골라 돈을 맡기는 것은 어떨까? 벡 교수는 통계의 트릭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어떤 펀드가 3년 연속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으면 우연일 리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우연히 3년 연속 상위권에 있을 확률이 12.5%나 됩니다. 통계에서 3년은 현실을 반영하기에 너무 짧습니다. 과거 기록을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최근 3년이 아니라 20~30년을 보는 게 좋습니다.”
또 첫해에 한 펀드매니저가 우연히 월등한 성적을 냈다면, 그다음 2년간 평균 수준의 실적을 냈더라도 첫해의 성공 덕분에 3년 내내 누적 수익률 1위 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최근 3년간 펀드 수익률 1위’라 광고할 수 있지만, 이 펀드의 실력이 진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매년 수익률을 살펴봐야 한다.
세상사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떼돈을 벌거나 매년 높은 수익을 내는 훌륭한 투자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어이없는 판단 착오로 큰 손해를 보거나 그럴듯한 말에 혹해서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아는 사람만이 변할 수 있다”. 꼭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달콤한 말에 현혹되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방지하는데 필요한 조언이다.
덧_
하노 벡, 《부자들의 생각법》, 갤리온, 2013년 11월 초판 5쇄
하노 벡 교수가 추천하는 ‘부자 되는 7가지 방법’, 조선일보 201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