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루장 Aug 30. 2021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박해와 학살은 종교와 종교라는 자유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신神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은,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지전능하다는 신은

악한 과일(선악과)을 왜 만들었을까.

복잡다단한 세상을 창조했다는 신은

아담이 그걸 먹을 줄  알았을 텐데.

(전지전능하신 신이라면 ··· )

먹을 게 분명한 것을 ···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을 한 아담과 이브,

한 번만 용서해주지.

(자비롭고 은혜로운 신이라면 ··· )

딱 한 번인데, 용서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악이란 아무것도 아니다.

(스피노자가 살던 17세기, 철학자는 악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악이 존재한다면 신이 그것을 창조했다는 말인데, 그런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악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단지 우리가 선이라 불리는 어떤 자질이 결여된 상태다.

스피노자는 악만 아니라 선도 없다고 주장했다.

선과 악은 상관적인 것이므로 악이 없다면 선도 없다는 것이다.

선 · 악이 사물이나 관념을 인간 자신의 생각과 이익에 맞추어 판단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자연 자체로 보면 선 · 악이 존재할 수 없다.

늑대가 양을 잡아먹었다고 해서 늑대가 악하거나 양이 선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늑대가 악하고 양이 선한 것은 오직 양치기 눈에만 그런 것이다.


선악 관념은 인간이 양치기와 같은 시각으로 세계를 보기 때문에 생겨났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자신이 정한 목적에 따라 판단하는 습관이 있다.

아예 세계 자체가 누군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 착각하기도 한다.

 

인간이 “능력 있고 자유롭게 태어났다면 어떤 선악 관념도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선악 관념이 생긴 것은 “이 가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신이 아담에게 먹지 말라고 했다.

“만약 신이 그것을 먹지 못하도록 정했다면 아담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아담과 이브가 받은 처벌은 중요하지 않다.

처벌 여부를 상관없이 명령을 어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의 절대성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에 악한 과일이 있을 리 없다.

스피노자는 아담의 선악과는 우리가 흔히 보는 ‘독’ 같은 것이라 했다.

‘독’은 결코 악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관계 속에서 우리와 맞지 않기에 우리를 해칠 수 있는 어떤 것일 뿐이다.

(단지 우리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과 신의 도덕은 완전히 달라서

인간의 잣대로 신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을 주고 악한 짓을 하면 하늘이 벌을 주는 것은

훗날 (인간이 만든) 종교에서 말하는 것이다.

착하게 살아라.

신에게 자신의 죄를 빌어 용서를 구하라.

용서하시고 구원받을 수 있을지도. (만약에 신이 있다면 ··· )
신은 그런 것에 관여하지 않는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벌을 받는다.


난 언제나 찬양받기만 바라는

신은 믿을 수 없다.

_니체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천벌을 주느냐 상을 주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신에게 달려있다.
인간은 부지런히 신의 기분을 맞춰 주어야 하고 빌어야 한다.
내게 벌을 내리지 말고 복을 달라고.

늘, 언제나, 항상, 매일매일, 시시 때때로, 종종, 자주

빌어야 한다.

변덕스럽고 괴팍스러운 신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르니.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사람과 신의 관계는

장난꾸러기 소년과 파리의 관계와 같다.

그들은 우리를 장난 삼아 죽인다.

_《리어왕》


신과 인간관계는

인간과 벌레 관계와 같다.


인간은 개미를 대할 때 생각 없이 밟기도 한다.

(죽이려는 의도는 없다.)

재미로 멀리 던지기도 한다. 그저 재미로.

가끔은 무얼 하는지 그저 지켜보기도 한다.

무얼 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벌은 무섭고, 바퀴벌레는 싫다.

왜? 별 이유 없다. 벌의 침은 찔리까 무섭고, 바퀴벌레는 징그럽다.

그냥 싫은 벌레도 있다.

그래서 죽인다.



풍뎅이의 기도

_김창완


하느님, 종아리를 모두 꺾으시옵고

하느님, 모가지를 비트시옵고

하느님, 뙤약볕 아래 발랑 뒤집어 놓으시옵고

하느님, 전능의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시는 하느님,

왼쪽으로 돌까요 오른쪽으로 돌까요?


그러면, 정말 그러면

버려진 이 땅도 짊어지고 날아갈 수 있을까요?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신도 인간을 지켜본다.

그저 지켜본다.

가끔 바람도 불어보고, 비도 내리게 한다.

바람에 사람이 죽고, 비에 떠내려 가기도 한다.

신은

그냥.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누군가 기적을 보았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때

그 사람의 무지와 무능을 본 것이다.
기적이란

자연 질서에 어긋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일 텐데,

신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기 질서를 깬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신이 있다면 말이다 ··· )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술 취한 사람이 멀쩡한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신을 믿는 사람이 무신론자보다 정말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손쉽게 믿어서 얻는 행복은

조잡하고, 위험하고, 삶에 도움도 안 된다.

_조지 버나드 쇼


(신이란 있을까 ··· 만약에 있었다면)


오!

신이여.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소서.

그럼, 저도 당신의 큰 잘못을 용서해 드리겠나이다.

_로버트 프로스트



덧_
고병권의 ‘도덕’에 대한 글을 읽고 몇 자 끄적거림.


덧_둘

고병권,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그린비, 2007년 1월 초판 1쇄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도 자신만의 사실을 가질 수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