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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마이솔 클래스

by 비상곰

오전 5시에 일어나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해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새벽 공기가 더 시원해진 것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꼈다. 상쾌했고, 잠도 금방 깨는 것 같았다.


요가원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선생님과 잠시 일상을 이야기한 뒤 바로 연습에 들어갔다.


요즘은 동작을 하면서 근육이 붙는 감각을 의식하려고 한다. 차투랑가 단다아사나나 스탠딩 자세를 할 때, 하체에 힘을 단단히 주어 버텨보았다. 발바닥으로 매트를 꽉 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아래쪽엔 힘을 주되, 상체는 힘을 빼려고 했다. 신경을 쓰면 어깨가 쉽게 올라가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유지하려 했다.


조급해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힘을 빼고, 여유 있게.

이런 마음으로 연습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이유 없이 짜증이 자꾸 올라왔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그랬던 것 같다.)

뚜렷한 이유나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전반적으로 예민하고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먹구름이 마음속에 드리운 듯했다.


그러니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오늘은 순서를 두 번이나 헷갈렸고, 중간엔 그냥 누워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예전에 후굴(後屈) 연습을 하다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나도 척추가 자극받아서 호르몬이 분비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온 걸까?

호흡을 하며 그런 감정들을 함께 내보내려 했다.


감정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프라이머리가 끝나고 세컨드 시리즈가 시작됐다.

후굴은 여전히 어렵다. 요즘 목은 괜찮은데 허리가 너무 아프다. 평소엔 멀쩡한데 몸을 뒤로 젖히면 허리가 꽤나 부담스러워한다. 평생 앞으로만 숙이며 살아왔는데, 요즘 들어 자꾸 뒤로 젖히니 허리 입장에서는 꽤 당황스러울 것이다. 딱딱하게 굳은 것을 억지로 펴는 느낌이다.


카포타사나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내려갔다. 손과 발의 간격이 많이 좁아졌다고, 잘하고 있다고 선생님이 격려해 주셨다.

하지만 카포타사나가 끝나면 정말 기운이 다 빠진다. “젖먹던 힘까지 짜낸다”는 말이 딱 맞다.


마무리 자세를 하고 매트에 대자로 누우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짜증도, 무거움도 모두 사라졌다.


“오늘도 잘했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그리고 세상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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