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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상곰 Jul 03. 2017

오사카에서 만난 인생 우동 (2)

극락우동 TKU

가게 안의 모든 사람들이 우동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모두 한 마음이다.


후~~~~~~~~~~~~~~~~




오오!!  드디어 우동이 나오기 시작한다!!  입장 순서대로 우동이 돌아가고. 이때부터는 말소리가 끊기고 먹는 소리만 들린다.


‘후루루루루루루룩!’



후룩! 후룩! 후~~~~~~~루루루루루루루룩~~~




일본 사람들의 면 먹는 소리는 뭔가 남다른 것 같다. 울림이 크다고 할까? 조상 대대로 특별한 기술이라도 전수되는 것일까?   흉내 내려고 해도 난 그 소리가 안 나온다. 아마 직접 들으면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씹지도 않고 그대로 식도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파스타를 이렇게 후루룩 먹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후룩.             후룩.                후룩.




내가 주문한 것은 토리타마 붓카게 우동이다. 이 집의 메뉴 중에 인기 NO.1이다. `토리` (鳥)는 닭이라는 뜻이고 `타마`(玉)는 계란을 뜻하는 것 같다. 붓카케는 간장을 끼얹어서 먹는 우동이다. 원래는 차갑게 먹는 냉우동인데 난 따뜻한 것으로 달라고 했다.

극락우동 TKU 인기 NO.1 메뉴. 토리타마 붓카게




드디어 나의 토리타마 붓카게 우동이 나왔다. 아내의 것도 함께 나왔다. 아내도 토리타마 붓카케이다.
잠시 우동의 비주얼을 감상한다.





커다란 닭튀김이 3개, 매끈매끈한 우동 면발. 우동에서 빛이 난다. 볼 때마다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보기가 좋다.


바삭바삭 닭튀김




아내는 닭튀김 3개는 양이 많다고 나에게 하나를 주는데 그래서 난 닭튀김이 총 4개가 된다. 순간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빛나는 우동면




자, 이제 먹어 볼까?


레몬을 짜서 튀김 위에 골고루 뿌린다.


레몬 쫙~




반숙 계란을 넣고 뜨거운 간장을 붓는다.

간장을 쪼르르륵




그리고 젓가락으로 계란을 터뜨려서 잘 섞는다.





하얀 우동면이 계란 노른자와 어우러져 살짝 노랗게 보일 때까지 섞어 준다.




시치미 (일본 조미료)를 듬뿍 뿌리고 검은깨를 갈아서 넣는다.




"잘 먹겠습니다."

 "후루루룩"





와!!!!!!


쫄깃쫄깃하다.


그리고 천천히 씹으면 씹을수록 향이 느껴진다. 처음 먹을 때는 깜짝 놀랄 정도다. 이런 우동면이 있다니!


면 탄력 테스트 중!!




이 곳 우동의 특징은 면의 탄력이다. 그래서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임팩트가 있다. 100% 국내산 고품질의 신선한 밀가루를 브랜드 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25시간 이상) 동안 숙성시킨다. 면이 투명감 있고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가게 구석에 홋카이도산 밀가루 포대가 쌓여 있다.


에구에구! 합격!!!




또, 닭튀김이 장난 아니다. 내 평생 먹은 닭튀김 중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바로 튀겨서 그런지 치킨전문점에서 먹은 것보다 맛있다. 입에 넣고 배어 물면 주르륵 흐르는 육즙과 바삭바삭한 튀김옷이 정말 감동적이다.




이 우동집 사장님이 가게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리고  가게의 이익이 적어도 손님들이 좋아한다면, 그 손님들이 가게를 유지시켜 준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사장님의 바람대로 난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기쁨을 주는 이 가게가 오래오래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MK 츠케면




어느새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밖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가게 안을 보며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굼뜨지 않게 신속하게 계산을 했다.  가게 밖으로 나온다.


토리타마 카레 우동




너무 잘 먹었다. 또 오고 싶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
이때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단골가게가 있는 삶은 풍요롭다는 것을.


이 우동의 이름은 [고기유부미역 우동]




그 당시는 단순하게 '맛있다, 좋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우동집 홈페이지도 보고 창업 스토리에 대해서도 읽어보니 내가 왜 기뻐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사장님의 가게를 운영하는 신념이 나에게도 전달된 것이다. 참 좋은 것을 배웠다.

토리타마 붓카케 852엔






Ps.
1. 오사카 여행 가서 TKU우동을 먹었다는 블로그 글이 많이 검색되는 것을 보니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도 소문이 많이 났나 보다. 한글로 된 메뉴판도 있다고 한다.
2. 이 글을 쓰려고 TKU 홈페이지에 방문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TKU에서 기술을 배운 한국사람이 서울 왕십리에서 가게를 오픈하여 TKU우동의 맛을 재현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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