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상곰 Jun 26. 2017

오사카에서 만난 인생 우동

극락우동 TKU

오사카 살던 시절,

외식은 작은 이벤트였어. 그래서 아무 곳이나 가지 않고 천천히 생각해서 장소를 정하곤 했어. 그런 우리 부부 자신에게 선물하는 기분으로 갔던 곳이 있었어.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었고 그냥 작은 우동 집이었어.

오사카 JR 타마츠쿠리 역 근처


‘극락 우동 TKU’

가게 이름부터 뭔가 남 다르지 않아? 극락이라니!!!

극락 우동 TKU




줄 서서 먹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가기보다는 '오늘은 거기서 먹자'라는 가벼운 다짐이 필요했어.

JR 타마츠쿠리역에서 가까워. 도로변에 일본스러운 좁고 기다란 건물이 모여 있는 곳에 있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점들



오픈 시간은 11시 30분

분명 11시에는 가게 앞에 아무도 없는데 11시 15분이 되면 순식간에 긴 줄이 만들어져.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이 신기했어. 다들 어디 있다가 나오는 건지 궁금했다니깐. 숨어서 시계 보고 있다가 15분이 되면 `이제 슬슬 나가볼까` 하는 것 같았어.

맛있는 집은 기다려서 먹는 것이 익숙한 일본 사람들




혼자 오는 사람이 많고 그리고 대부분 단골 같은 느낌이었어. 왜냐하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동이 굉장히 익숙하게 보였거든. 조금의 감정의 동요도 없이 가게 오픈을 기다리는 모습. 그리고 기다리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이 느껴져. 좀 있으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기에 지루하지 않은 걸일까?
거창한 비유일 수도 있지만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의 설렘 같은 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 난 무서워서 타지 못하지만)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가게가 좁기 때문에 의자는 13개밖에 없어. 13명 안에 들어가야 가야 해. 13명 정원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거야. 이번에 타지 못하면 열차가 한 바퀴 돌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이런 기분일까?




기다리고 있으면 홀을 담당하는 여자 직원이 나와서 메뉴판을 나눠줘. 그리고 미리 주문을 받아.
오늘은 다른 것을 먹어 볼까? 생각하지만 결국 언제나 같은 것으로 주문하게 돼. 다양하게 먹어 보고 싶었지만 나에겐 시간과 돈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메뉴 앞에서는 한없이 소심하게 선택하게 되더라고.

가게 밖 입간판에는 대표 메뉴들이~!




문이 열렸어!

플랫폼에 도착한 롤러코스터 열차에 올라타는 기분으로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좁은 가게 안은 어느새 만석이 돼. 이미 밖에도 13명 이상은 기다리고 있으니 대단한 맛집이지? 뿌듯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아서 우동이 나오길 기다려. 가게 안에는 살짝 설렘, 기대감이 섞여 있는 공기가 흘러.





평온한 홀의 분위기와는 달리 주방 쪽은 이제 전쟁 시작이야. 좁은 공간에 사내들 3~4명이 정신없이 우동을 만들어. 면뽑고, 튀기고, 토핑 만들고... 우동 공장이 맹렬히 돌아가고 있어.


탄산음료, 맥주, 청주, 소주가 있는데, 특히 일본 소주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많은 종류의 소주가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디자인의 일본 소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 구석에 홋카이도산 밀가루 포대가 쌓여있어.

길쭉한 가게의 구조


여기 가게의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아?
여기 사장님은 20살부터 45살까지 직장생활을 열심히 해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대. 그런데 어느 날


`앞으로의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 걸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대.
그런 시기에 서점에서 [칸사이 극락 사누키 우동]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고 ( 그래서 가게 이름이 극락 우동이 되었데) 책에 나오는 우동 집을 직접 돌아나니면서 먹어보았대.

살짝 살짝 보이는 정신없는 주방의 모습




우동 집주인의 혼신을 담은 우동 한 그릇,
우동의 반짝거림,
면발의 아름다움,
그릇에 담겨 있는 훌륭함,
그리고 맛있는 국물과의 만남.

한쪽 벽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소주들


"이것을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대.

그리고 이것저것 시작해 보았대. 우동 학교에 입학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경험을 쌓고 우동 업계 사람들과 교류하고. 그리고 지금의 가게 자리를 만나서 이 우동 집을 시작하게 되었대.





‘나 같이 식당 운영에 경험이 짧은 사람이 예전부터 해 온 식당들과 같은 재료, 같은 메뉴로 같은 값을 받는다는 것은 죄송스러운 일이다.’
‘손님들이 좋아한다면 가게의 이익이 적어도 손님들이 망하지 않게 해준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게를 시작했대.

다나카 사장님




그리고 우동을 통해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대.

지금은 그 마음이 더 커져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가 되었고.
그래서 점포를 늘려서 현재 3개의 점포에서 영업 중이야.




자. 우동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벚꽃엔딩 두 번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