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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Nov 18. 2018

적당히 불행한 직장인의 고민

이걸 버티면 또 다른 버틸 것이 다가오고...그 흐름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일요일 오후다...시간이 너무 빠르다. 어제도 회사 행사 때문에 잠시나마 출근을 했었다. 거기다 아침에 사회인 야구를 하고 바로 가니까 하루종일 너무 피곤하더라...다음주도 행사가 있어서 출근하는데...뭐 사실 그렇게 큰 부담의 출근이 아니라 신경쓰는건 아니다. 다만...야구(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다.)를 하러 가기 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생각들이 날 불행하게 한다.


1. 다음주에 할 일이 너무 많다.

다음주부터는 가만히 앉아서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을 준비할 페이퍼워크 및 기획을 해야한다. 그러나 다음주 외부일정이 겁나 많다. 외부일정 다녀와서 해야할 거 다하고 퇴근하려면..집에는 언제가냐...


2. 이사 준비하는게 너무 귀찮다.

솔직히 내가 볼때는 별로 할 일이 없는데...와이프는 뭔가 되게 바쁘다. 쇼파도 사려면 여기저기 알아봐야 한다고 하고 책상도 뭐를 살지 엄청 고민한다. 이삿짐 센터를 선정하는 것도 엄청 고민했고 이거는 어떻게 하고 저건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사실 내가 볼땐 고민할게 별로 없다. 쇼파는 적당히 맘에 드는 걸로 봐뒀던게 있어서 그걸 사면 되는거고 책상도 그렇다. 근데 와이프는 여기저기 다 가보고 비교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난 그러는게 너무 귀찮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데...돈 쓰는 일 만큼은 좀 편하게 쓰고 싶다. 하지만 내 와이프는 말한다. "그렇게 힘든게 번 돈 막쓸꺼야?" 라고....틀린 말은 아닌데...난 돈 쓰는거 만큼은 좀 편하게 쓰고 싶다. 남보다 좀 비싸게 사면 어떠냐....대신 난 편하게 사지 않았던가?!!!!적어도 난...편하고 쉽게 살려고 돈을 버는데...


3.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한다.

회사에서 내가 준비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그걸 또 진짜로 하게 되면서 생기는 엄청난 업무들이 있다. 이걸 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또 내가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해야 하는 하기 싫은 일들도 잔뜩 있다. 새로운 일을 한다고 기존의 내가 하기 싫은 일들을 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방법이 없겠지...없을 것이다...


4. 내 삶의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명확한 목표가 없다. 더 좋은 회사에 가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그것도 구체적이지 않다. 더 좋은 회사라고 하는 곳은 몇 군데 생각나지만...거기에 내가 들어가려면...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들어가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도 잘 알고 있기때문에 그게 명확한 목표가 안된다. 


5. 돈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한 달에 100만원 더 벌면 뭐가 달라질까? 별로 다를 것 없을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내 맥북을 15인치 논터치바 최고사양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것도 못할 것이다. 노트북 하나에 300만원이 넘는걸 살 수 있으려면 적어도 한 달에 300만원은 더 벌어야 할 것 같다. 그냥..아무 생각 없이 사고 싶으면 그냥 사버릴 수 있는 그런 수준이 되고싶다. 내가 그렇다고 롤스로이스 같은 차 타면서 백화점 가서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만큼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백화점 가서 봤던 폴로베어 11만원짜리 목도리도 그냥 살 수 있으면 좋겠고...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구두도 계절별로 한 개 씩은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근데...사실 그걸 지금도 못하는건 아닌데....이사가려고 저축하고 그러다 보면 돈이 없다. 저축은 저축대로 하면서 그런거 하나씩 사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지금보다 두 배 정도 더 벌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회사에서 점심먹고 가위바위보 해서 아메리카노 사는 것도 부담이 없었으면 좋겠고, 회사에서 후배들이랑 술 한 잔 해도 모듬회 한 접시에 비잔클리어 한 병 정도는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정도면 좋겠다....


6.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서 지금 되게 잘 살고 있다. 특별히 뭐가 장점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내가 이렇게 저렇게 나름 노력하며 살다보니 이렇게 살고 있다. 대단할 것도 없지만 뭐 하나 크게 부족한것도 없다. 결혼생활도 4년 넘게 잘 하고 있고,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내 밥값은 하고 있다. 내 집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은행에 갚아야할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왜 난 지금의 내 모습을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까? 그냥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진심으로 아낄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어차피 세상의 기준이란게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만 만족하면 되는게 삶인데...그게 참 안된다..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서 사고를 칠때도 그렇고...좋은 남편이 못되어 줄 때도 내 자신이 싫다. "내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을 좀 안했으면 좋겠다.


 참...다 쓰고 보니 진짜 쓸 때 없는 생각만 잔뜩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만 마무리 하고 야구나 하러 가야지. 오늘도 어제처럼 잘 했으면 좋겠다. 


비산프로 남은 하루도 즐겁게 보내고 앞으로도 파이팅 하고 살아보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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