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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May 18. 2019

월요일 휴가를 활용한 자소서 쓰기

월요일날 휴가를 냈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주말에 일해서 생긴 대체휴무인데...와이프와 함께 호캉스를 가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토요일)은 몇 주만에 야구를 하러 간다. 와이프도 오전 근무를 하고 같이가서 나 야구하는거 구경하고 오늘길에 바지락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평범하면서도....특별한...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삶인데..문제는 회사를 더럽게 다니기 싫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채용공고 하나를 또 봐서 그전에 썼던 자소서들 합쳐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접수를 완료했다. 직무는 맞지만...떨어질 것 같은 워낙에 큰 회사이기 때문에 솔직히 큰 기대는 안한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 또 괜찮은 채용공고를 봐서 이번 연휴에 지원하려고 한다.


새롭게 지원할 회사에 쓸만한 서류가 있는지 찾아보면서 2019년 이직을 시도하며 작성했던 서류들이 있는 폴더를 봤다. 연도별로 정리를 해뒀는데...2018년 한 해 동안 12개 회사에 지원해서 2개 면접을 봤었는데..2019년은 보니까 지금까지 11개를 지원했더라...작년에 비해서 올해 엄청나게 회사다니기 싫은게 확실하다. 이번 연휴에 자소서를 한 개 더 쓰면 이미 12개가 되고...이직은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썼던 서류까지 더하면 13개이다.


2015년 간절히 이직을 준비하며 썼던 회사의 개수는 약 30개였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기에 2016년이 되자마자 이직을 할 수 있었는데...슬슬...때가 온게 아닌가 싶다. 더럽게 옮기고 싶다. 옮기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일이 재미가 없다.


일이 재미가 없으니..그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싫어진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서 만나는 외부 회사 사람들도 싫어지고...그러다 보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싫어진다. 우리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다 하찮게 느껴지고...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이렇게 죽을힘을 다해서 하루하루 살아봐야...10년후에도 이 모습일 것이다. 그것도 큰 문제 없이 지금처럼 쭈욱~~살아갈 수 있다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걸어서 생각했을때다....


얼마전에 부모님께서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운칠복삼"이라고 말씀해주셨던게 생각났다. 실력도 결국은 운이고 내 뜻대로 기획해서 되는것은 하나 없으니 마음 편히 가지고 살라는 말씀이셨는데...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 공부같이 내가 노력을 투자하는 것 만큼 그나마 확실한 리워드를 보장해주는 것을 제외하면...결국 다 운인 것 같다. 열심히 일해도 실수는 할 수 있는 것이고..그 실수가 터지면 안되는 곳에서 터지면 무능한 인간이고...그래도 괜찮은 상황에서 터지면 실수로 끝난다. 


연애를 생각해도 그렇다. 솔직히...내가 꿈꿔오던 이상형을 만난다고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그리고 아무리 노력을해도...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실 여기에 확률이란것이 존재할 수 있는것인가?


이직도 그렇다. 자소서를 죽어라 열심히 쓰면 서류에 합격하는가? 대충써도 합격하는 사람 있고...열심히 써도 떨어진다. 면접도 내가 질문에 대답을 잘했어도 듣는 사람이 평가하는거다. 내가 아무리 요점을 딱딱 집어서 얘기했어도 듣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였다면 결국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노력을 하는 이유는...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써도 붙는다는 보장 하나 없지만...그나마도 쓰지 않으면 어디에 붙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다니기 싫어 죽겠으니..자소서를 쓴다. 내 운이...내 실력이...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지만..그냥 누워서 잠을 자면....난 결국 지금 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빨리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브런치에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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