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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Feb 18. 2024

최고의 순간에 찾아온 좌절감_2편

설날 연휴로 좀 쉬어서 이번주를 잘 버텨냈던 것 같다. 유튜브에서 "그냥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 잘 하려고 하면 두렵고 막막해서 시작도 못한다."라는 말을 본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내 자신에 대한 중심을 어느정도 잡았더니 이제 팀원들의 동요가 시작됐다.


고객사와의 대면 미팅에 대한 불만부터, 우리가 전문성을 가지고 하는 일에 대해 고객사의 존중이 없는 것과 밑도 끝도 없이 시켜대는 모든 일들은 내가 초반에 길을 잘못들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혀 틀린말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별로 공감가는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나가면 내가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선인모드로 내 마음을 바꿔 그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솔직히 말하면 2~3년차 직원들이 가지는 오만함과 그들이 바라본 세상의 전부를 정답처럼 얘기하는 걸로 들린다. 나도 그랬기에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지금의 내 행동에 대한 불만들을...하지만 모든 사람은 각자 다 그 위치와 역할이 됐을 때 알게 되는 것들이라 그러려니 한다.


다시 내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 지금의 내 좌절감과 무의욕을 진단하자면 "자기 주도권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차저차 하여 3월이 되면 연봉이 오를 것 같다. 직전까지 사실상 큰 거 한 장이었다면, 이제 진짜 완벽한 큰거 한 장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돈을 더 벌고 싶은 욕심이 무엇이겠는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에서 좀 더 자유롭고 싶은 것" 인데 "내가 원하는 자유"가 없는게 문제라고 본다.



내 집이 마련됐으니, 상급지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하고 그렇게 상급지로 가면 노후 대비를 해야한다.



내 와이프가 나에게 해준 말인데 나는 이 말을 들으면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 왜냐면 어느 하나의 목표도 진짜 내 마음속에서 나온 진실된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상급지로 가면 뭐하나...어차피 지금처럼 워라벨 없이 일하는건 똑같은데 출퇴근 시간만 좀 줄어들겠지...그리고 노후준비를 하면 뭐하나...지금처럼 살꺼면 노후까지 살지않고 당장 죽었으면 좋겠는데..."


물론 당장 죽지 못하니 노후준비를 해야한다. 그러나 저 위의 목표에는 그 어떤 즐거움과 기대감이 없다. 그냥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살아낼 준비만 하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 와이프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고 저런 목표를 착실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다. 그 이유는 "일상의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와이프는 "아무일도 없는 지금의 상태가 매우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온전히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큰 문제없이 일상을 유지하며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대비할 수 있음이 너무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가 추구하는 명확한 "재미" 또는 "의미"가 있어야 지금을 버텨낼 수 있다. 아무일 없는 일상이 감사한건 맞지만 아무일도 없다는 즐거움에 만족할 것이라면 그만살고 싶은게 내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그냥 이제 저축도 조금 덜하고, 사고싶은 것도 좀 더 사면서 재미있게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 와이프는 그렇지 않다. 아직 더 노력해야 할 타이밍이고, 사실 이 노력에는 끝이 없기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벌어놔야 한다고 나에게 말한다.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틀렸다면 내가 틀렸다는 것을 너무 잘 알겠다.


혼자가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상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억지 노력을 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아무런 노력과 변화도 싫은 지금의 이 상태에 대한 원인과 분석을 해봤는데...과연 해결책은 무엇일까...


비상식적으로 바쁜 지금의 회사 일이 문제라는 것은 알겠는데...지금보다 적게 벌고 6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직장을 가자니...지금의 수익을 포기하지 못하겠고...그렇다고 지금처럼 계속 사는 것도 못하겠는데...어떻게 해야할까...두 개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무엇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일 심리상담에 가서 지금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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