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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Jun 10. 2018

빈지노 break 처럼 살고 싶다.

[출처: 뮤직비디오 캡쳐]

 지난주 금요일, 내 기준이지만 면접은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다. 이번 면접의 결과가 좋았으면 다음주쯤 임원 면접이 있다고 했다. 내가 면접을 본 회사의 임원은 면접 준비를 하면서 영상으로 많이 봤는데, 회사에 가서 그 분들을 딱 마주치고 마치 연예인을 본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생각한 최소의 조건만 맞으면 난 옮기기로 결정했다. 희망 연봉도 얘기는 하고 왔고...나름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고민을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안돼?" 였다. 아니 내가 연봉을 전보다 못받으면서 가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일 안하고 쉬겠다는 것도 아닌데 뭐 이걸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회사에서 3년정도 일하고 나와서 지금 회사는 2년 6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정말 많은 일들을 했던거 같고, 첫 회사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수행하면서...내 자신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많이 배웠고 또 나름대로 이루었다. 내가 제안한 프로젝트를 실제로 런칭하고 거기서 새로운 업무 제휴를 통해 더 확장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장하다. 


 정말로 많이 수고한거 같다. 근데...더이상 여기서 이런 일을 하기 싫다. 제일 싫은건 [행사] 이다. 참가자 모으고, 메인 디자인 잡고, 참가자 확인 명부 만들고, 운영인력 찾아서 연락처 취합하고, 발표자들 선정되면 전화해서 자료 달라고 보채서 모으면 책만들고...오타 찾고..또 찾고...또 찾아서 간신히 인쇄 맡겼는데...당일날 보니까 또 오타 있고...그리고 오신 분들 사례비 드려야 된다고 가는사람 붙잡아서 싸인받고...개인정보 동의서 받고...그거 또 받고나면 연락해서 통장 사본 달라고...증빙서류 모아서 지급 결재 올리고....그리고 행사 당일날 맨 앞에 귀빈석 자리 배치한다고 몇 명이 모여서 고민하면서 스티커 여기저기 옮기고 있는거 보면..하..진짜 짜증난다..


 암튼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제목 그대로 빈지노 Break에서 나오는 가사의 사람처럼 살고 싶다. 가사의 핵심 요약은 이런 내용이다. "그냥 나 하고 싶은대로 살꺼니까 뭐라고 하지마!" 이다. 근데 내가 특히나 공감이 가고 꼭 되고 싶던 내용은 아래의 것들이다.



"난 난 일을 하기 싫어 기계처럼 일만 하며 고장 나기 싫어 Yeah 난 그러고 싶어 그게 나쁘던 좋던 말야 그게 나쁘던 좋던 말야 내가 재벌이고 싶으면 말야 그게 돼버리고 싶단 말야 난 그냥 돼버리고 싶어"



 가사 그대로...기계처럼 일만 하면서 고장나기 싫다. 얼마전에 엄~~~~~청 늦게 퇴근하면서 눈이 급격하게 안좋아지는걸 느꼈다. 어느정도였냐면...새벽에 네 시 넘어서 퇴근했는데 집에와서 자려는데 눈이 너무 시큰거리고 따가워서 잠이 안오더라...그리고 살도 자꾸 찐다...운동 뭐 하자면 시간이야 있겠지만..너무 졸리고 힘들어서 못해먹겠다. 진짜 이렇게 일하면서 돈이라도 엄청 벌면 모르겠지만...아니지 않는가...물론 내가 잘나면 됐겠지만...그냥 이렇게 살꺼면 좀 더 대충살고..그만한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더라. 내가 무슨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그냥 지금 처럼 살자고 기계처럼 일하면서 사는게 너무 싫었다.


"사람들은 성실하기만 바래서 피곤하지 날 걍 게으르게 냅둬 너넨 모두 줄자가 됐어 맨날 재고 재서 난 삐뚤하고 싶어 난 미꾸라지처럼 미끄럽고 싶어 싸우긴 싫어도 입 닥치긴 싫어 그래 난 시끄럽게 쥐뿔 없고 싶어 있으려고 그저 가만있기 싫어"


 말 그대로 이다. 성실하게 살기 싫다. 진짜 맨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늦지 않게 출근해가지고...답도 없고 의미 없는 이 회의들을 하고 앉아있어야 하는건...내가 잘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그리고...진짜 말도 안되고 이상하게 왜하는지 모르겠는지 모르는 일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토 달면서 왜 하냐고 물어보고 싶다. 그냥..솔직해 지자고 말이다. "어차피 하기 싫은일 하고 사는거...우리 하는 동안에는 서로 인상쓰지 말고 좋게좋게 합시다!!" 라고 하면서 그냥 좀 대충 하고 싶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제발 조건이 맞아서 내가 옮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거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솔직히 그렇게 정해진 길로 온건 아니지만...좀 더 막 살고 싶다. 먹고 놀자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일 할꺼다. 진짜 열심히 하고 싶고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다. 그런데...그 일을 좀 의미있고 가치있게 하고 싶다. 


 아무튼 난 또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출근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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