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야경이 밤하늘 아래 놓여있었다. 노량진역 근처의 작은 공원이었는데, 조그마한 오르막길을 서너 개쯤 오르고 나니 서울 도심 일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먼 곳에서 강 너머를 보고 있자니 문득 아주 먼 세상처럼 보였고,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졌다. 하늘엔 작은 별 서너 개가 구름 뒤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별들은 건물마다 자리를 잡은 듯 보였다.
야경을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 기시감이 들기는 했지만 이렇다 할 기억들이 쉽사리 생각이 나질 않았다. 사실 처음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았다. 요컨대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는 데에는 대단한 의미 따위는 필요 없는 것이다. 때론 의미가 없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가지므로.
밤은 깊고 조용했다. 하늘의 구름이 주변 소리를 흡수하고 있는 듯보였다. 강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없어서 조금은 후덥지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