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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터파머 DataFarmer Apr 18. 2022

회사에 오래 다니면 생기는 일들?

요즘 시대에 장기근속이 필요할까? 같은 분야의 일을 계속해야 할까?

27살  대학원 졸업 후 첫 직장은 기업부설 연구소 연구원으로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신속항원 검사를 위한 PCR을 포함하여 다양한 실험을 하기 위에 파이펫을 잡고 실험 위주로 일을 하다가, 불현듯 찾아온 기회로 기획일을 하게 되었고, 나는 그 일에 많은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흥미는 있었으나 나의 적성이 그 일에 부합한 지 확신할 수 없었고, 막연함 뿐이었다.


그 이유는 어느 학과에도 연구 기획이란 전공은 없기 때문이다  사설 교육기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따라서 기획을 제대로 공부하거나 경험해본 적이 없다. 물론 문과생은 경영기획, 재무기획을 공부하겠지만 이과생에겐 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과생이 R&D/사업/정보화 기획을 배우려면 맨 땅에 구르면서 업무를 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졸업 후 4년간은 이리저리 업무 적성을 찾느라 방황을 했다. 한 직장에 가장 오래 머문 것도 2-3년 내외였다. 지금에서 보면, "사회"라는 종합 대학에서 이리저리 여기저기 전국 캠퍼스를 옮겨 다니며 "기획학과" 전공 교양 과목과 전공과목을 수강한 것 같다.


내 젊음이란 비용을 투자하고 월급을 받으며  그렇게 "기획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3년간 "기획학과" 대학원 과정 같은 교육기획 업무를 하게 되었다. 몇 천만 원 단위의 적은 규모의 기획안을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러면서 현장 실무를 위해 현장의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을 만나며 교육 사업도 하며 젊음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기획학과" 대학원 과정 같은 3년이 지났고, 졸업 후 제대로 기획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사회"라는 대학교를 마친 후 첫 직장인 셈이다.


1차 면접 보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3명의 면접관, 쏟아지는 무수한 질문들. 화기애애한 분위기 나는 모든 질문에 성심껏 그리고 지나온 기간에 했던 일들과 고민을 솔직하게 대답했다.


면접은 통과했고, 나에겐 두 가지 옵션이 있었다.

1) ISP (정보화 전략기힉) 및 사업/연구 기획

2) BI (bioinformatics) 분석


갈림길에서 고민했지만, 나는 1번을 선택했다. 그게 내 인생이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기획일은 업무 특성상 대표님을 포함해서 임원들의 소통이 많을 수밖에 없고, 약간은  젊은 나이에 임원들과의 일은 부담도 되었다.


그 회사의 첫 입사 후 나의 직속 상사는 팀장도 아닌 CTO였다. 그분은 10년 이상 오랫동안 해오신 전문가였고, 운 좋게도 분과의 인연으로 나는 제대로 된 기획과 ISP를 배웠다. 내 마음속에 그분은 나의 스승이자 롤 모델이 되셨다  


그렇게 5년을 함께 일했다. 전국을 누비며 함께 출장도 하고, 밤을 새우기도 하고, 발표자료를 만들고, 서류작성과 글쓰기를 하며 그렇게 보냈다.


매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5년을 다니니 이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다.

 

5년간 함께 했던 가족과 같던 회사를 떠날 수 있을까?

그 회사에 일하며 많은 이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 왔는데, 막상 내가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 걱정과 달리 의외로 나와 함께한 모두들 아쉬운 마음이지만, 내 길을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5년이란 기간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나니, 스카우트란 변화가 생겼다. 내가 이직을 하려고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지 않아도, 나를 불러주는 곳이 생겼고, 기획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의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전 직장의 처음 입사 시 처럼 그 회사의 연구 기획일을 파악하기 위해 그간의 여러 연구기획서와 발표자료, 다양한 보조 자료들을 보면서 시획서를 재 작성하다 보면 매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힘든 업무를 1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타의적이 아닌 자발적으로 보내서 불만은 없었고, 그렇게 이직한 회사에서 R&D 기획을 시작했다.


입사 후 1년 사이 다행히도 기획의 산물로 3개의 몇 십억 단위의 프로젝트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 후 1년이 지나가니, 그 전보다 더 큰 대규모 프로젝트 몇 개를 더 가져올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연구 기획보다 연구 책임자로 수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연구 수행의 업무 속에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야 했고, 기획의 업무는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현재 4년 차가 되었다.

4년이 지나고 얻은 것을 생각해보니,


1. 총 연간 100억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확하여 연구 수행을 하고 있었다.

2. 연구 기획/수행을 위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박사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3.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인센티브를 받게 되었다.

4.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었다.

5. 워라벨을 얻을 수 있었다.

6. 주변에서 자문과 강연 요청이 있다.

7. 헤드헌터에게 자신 있게 내 이력서를 낼 수 있는 스펙과 커리어가 생겼다.


한 직장은 아니지만 기획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첫 직장에서 5년, 두 번째 직장에서 4년을 보내고 있다.

길지 않지만 한 분야에서 오래 하다 보니 뜻밖의 수확이 생겼고, 비록 같은 직장은 아니지만 그나마 오래 다니고 있다.


결론으로 돌아와서 "요즘 시대에 장기근속이 필요할까? 같은 분야의 일을 계속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시대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잦은 이직보다는, 가급적이면 한 직장에서 같은 분야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상황이 안되면 같은 분야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라"가 나의 결론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시대를 앞서서? 대학원을 졸업한 27살 취업 후 이직을 많이 했었기에 더욱 오래 걸린 것 같지만 확신 있게 이 결론에 도달했다.


1만 시간 법칙(~약 4.8년이면)으로 보면 기획 업무의 일을 하며 2번의 사이클을 보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1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아직은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기획을 하고 있고, 이제는 연구 수행을 하며 기계학습과 딥러닝 등 최신 IT 기술을 배우고,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선행 기술조사를 하고 있다.


이후 1만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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