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부풀어 오르는 것은 탄력성과 신축성이 뛰어난 글루텐 때문이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글루텐을 기피하고 있다
환자들은 제정신이었고, 크누트 룬딘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앓는 질병만은 미스터리였다. 환자들은 글루텐(gluten)이 질병의 원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셀리악병(celiac disease)을 앓고 있지는 않았다. (셀리악병이란 밀, 보리, 호밀 등에 들어있는 종종 악명 높은 단백질 덩어리 - 글루텐에 감수성이 생겨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그리고 그들은 밀 알레르기 검사에서도 음성반응이 나왔다. 한마디로, 그들은 의학적 무인지대(no man's land)를 점령하고 있었다.
데이터가 하나둘씩 발표되면서, 확신파들이 등장했다. 어떤 연구자들은 '많은 환자들이 밀속의 글루텐이나 다른 물질에 면역반응을 보인다'고 확신하며, 이 모호한 질병을 간혹 비셀리악글루텐민감성(NCGS: nonceliac gluten sensitivity)이라고 부른다.
NCGS의 옹호자들은 일반적으로 밀의 다른 구성요소들이 증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예컨대 2012년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교의 데틀레프 슈판(생화학, 당시 하버드 의대)이 이끄는 연구진이 "밀, 호밀, 보리에 함유된 아밀라아제 트립신 억제제(ATIs: amylase trypsin inhibitor)라는 단백질군이 면역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하자, ATIs가 용의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면역반응설(說)을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주장'으로 치부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주범은 면역반응이 아니라 FODMAPs다. FODMAPs는 호주 모나시 대학교의 피터 깁슨(위장병학)이 만든 용어로, 온갖 흔한 식품들을 포괄한다. 양파와 마늘, 콩류, 우유와 요구르트, 사과와 체리와 망고를 포함한 과일들, ... 물론 밀도 포함된다. 깁슨에 따르면, 한 사람이 섭취하는 FODMAP 중에서 밀 속에 포함된 프럭탄(fructan)이라는 탄수화물의 비중이 절반을 넘을 수 있다고 한다. "FODMAPs는 소화관 속에서 발효되여 복통, 복부팽만, 가스와 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IBS: irritable bowel syndrome) 증상을 초래한다"고 깁슨은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