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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터파머 DataFarmer Feb 18. 2020

응답하라_흑석동

나의 땅, 나의 고향. 2020.01.07

내가 태어난 병원이고, 내가 살았던 터이지만 일찌감치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이곳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병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할 때 왠지 모르지만 흑석동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더 좋아 보이고 내 삶의 반경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은 대학을 갔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흑석동은 나의 땅, 나의 고향과 같다.


아이들과 일산에 나들이를 갔다 오면서 저녁시간 차가 많이 막히다 보니 중간쯤에 밥도 먹을 겸 흑석동으로 핸들을 돌렸다. 주차 후 내리자마자 보인 골목길의 모습이, 응답하라 19** 드라마에서 보이던 풍경과 닮았다. 그런데 이 풍경이 이상하게 힐링이 되었다. 전혀 기억도 안나는 이 거리인데, 이 터에서 나를 반기는 것인가?

흑석동 시장 입구


아들도 나도 좋아하는 칼국수/수제비를 먹으러 40년 전통의 한 허름한 식당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아들은 아버지가 어떤 마음을 느끼며 칼국수를 먹는지 알까?? 그저 아들은 만두를 먹고 싶다고 하고, 칼국수가 맛있다고 할 뿐이고, 나는 칼국수와 함께 추억을 먹고 있었다. 추억이라 하기엔 그렇다 할 기억이 없고, 아니라고 하기엔 무언가 묵직한 감동이 있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다. 

칼제비
김치 한 점



재래시장에 들어가서 두어 바퀴를 돌고, 마치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상인과 대화하며 반찬 몇 가지를 샀다. 집에 와서 먹는 것만으로도 왜 이렇게 맛있고, 따듯하고, 고향의 음식 같은 걸까? 

아들의 시장 구경


그렇게 2020년의 1월은 아들과 썰매를 타고, 오는 길에 수제비를 먹고, 아빠가 태어난 곳을 알려주고, 함께 했다. 함께라면 이렇게 시간과 장소를 같이 보내면서 추억을 쌓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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