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
국가가 발전하는 데는 그 시대와 사회의 특성에 맞는 리더십과 정책 방향이 필요합니다. 이는 국민소득, 교육 수준, 그리고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을 돌아보면, 각 시기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성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 국민소득이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 대부분의 국민이 글을 읽지 못하고 교육 수준이 낮았습니다. 이런 시기에 국가를 이끄는 주체는 주로 공무원이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기준으로는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국가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는 국가 발전 초기 단계에서 매우 효과적인 접근이었습니다.
국민소득 5,000달러 시절로 접어들며 문맹률은 낮아지고, 외국에서 선진 기술과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공직에 진출하면서 국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공무원의 지식과 경험은 여전히 중요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고, 대학 졸업자가 고졸 인구보다 더 많아졌으며,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중심이 된 사회로 변화했습니다. 더군다나 비트코인,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같은 혁신 기술이 주도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과거처럼 지식만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비트코인 같은 혁신은 그 존재를 인식하고 실제로 연구·개발하며 시장에서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면 이해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발전한 신기술과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는 현장에서 활동하며 그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대응해 온 사람들입니다. 트렌드에 따라 정부사업만 하는 전문가, 기준 없이 순환보직된 공무원들이 이런 분야를 책임지고 정책을 수립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요? 과연 혁신을 뒷받침하고 미래를 대비할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요?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관료제 구조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이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실패 가능성을 감수하며 현장에서 연구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시스템은 여전히 구시대적 관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해당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정작 필요한 지원은 받지 못하고, 형식적인 보고서를 잘 꾸민 사람들이 보조금을 가져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진정한 혁신이 나올 수 없습니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며, 현장에서 직접 연구하고 사업을 이끄는 사람들의 경험을 중용해야 합니다. 이들은 시장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 방향을 누구보다 정확히 보고 있습니다. 과거 공무원 중심의 국가 운영이 효과적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현장의 전문가들이야말로 미래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제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정책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 발전의 방향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