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연금술, 무한동력, 그리고 사진이 찍히지 않는 종이의 공통점
연금술, 무한동력, 그리고 사진이 찍히지 않는 종이.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전했지만, 결국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점이다.
연금술은 금속을 금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뜻한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납과 같은 흔한 금속을 화학적·마법적 방법으로 금으로 바꾸려 했고, 영생을 가능하게 하는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하지만 현대 과학이 원자 구조를 밝히면서, 원소 변환을 통해 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오늘날에는 연금술을 연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한동력은 외부 에너지원 없이 무한히 작동하는 기계를 의미한다. 인류는 오랫동안 영구기관을 설계하려 노력해 왔지만,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닫힌 시스템에서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종 및 2종 영구기관의 개념은 물리학 법칙을 위배하기 때문에, 현대 과학자들은 무한동력 장치를 연구하는 것 자체를 의미 없는 일로 간주한다.
사진이 찍히지 않는 종이는 보안 목적으로 매우 유용할 것이다. 기밀문서를 카메라로 촬영할 수 없도록 막는 기술이 존재한다면 보안 업계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물질을 조합해도, 다양한 광학 기술을 통해 결국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촬영이 불가능한 종이는 개발되지 않았다.
이처럼 실현 불가능한 기술들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도전 대상이 되었지만, 과학적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결국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불가능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려 하는 것일까?
비트코인과 연금술의 유사성
연금술이 원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었듯, 오늘날에도 과학적·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불가능한 도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새로운 암호화폐(코인) 개발이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수많은 개발자들이 ‘비트코인보다 더 나은 코인’을 만들겠다며 새로운 암호화폐를 출시했다. 그들은 ‘우리 코인은 더 빠르다’,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며 혁신을 약속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가치는 ‘속도’나 ‘기능’이 아니라, 변조가 불가능한 절대적인 신뢰성에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론적으로 비트코인과 유사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비트코인의 채굴 네트워크가 압도적으로 성장했고, 참여자들이 쌓아온 보안성과 신뢰를 다른 프로젝트들이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는 연금술이 현대 과학의 발전으로 불가능함이 증명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비트코인과 같은 무결성을 가진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수많은 개인과 기업, 그리고 이를 유지하는 강력한 채굴 시스템에 있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의 위변조 불가능성을 보장하는 요소이며,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과 환상
블록체인 기술이 마치 만능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 기업,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프로젝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비트코인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일 뿐, 그 자체로 혁신을 보장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금술이 금을 만들기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블록체인의 최종 목표는 비트코인과 같은 위변조 불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은 이 핵심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채 단순한 데이터베이스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즉, 연금술이 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처럼,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의 무결성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코드가 아니라, 광대한 네트워크와 수많은 채굴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없거나, 네트워크가 충분한 크기로 성장하지 못하면 결코 비트코인과 같은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만 적용하면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수많은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있다.
결론: 불가능한 것을 좇는 사람들
연금술이 한때 과학적 도전의 대상이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낼 것처럼 포장된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이 발전하면서 연금술이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졌듯이, 시간이 지나면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실패하고 사라질 것이다.
비트코인은 15년 이상 지속되며 이미 그 가치가 검증되었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은 현실적으로 등장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은 새로운 코인을 만들고, 비트코인의 특성을 모방하려 한다. 그들은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려 했던 것처럼, 불가능한 도전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술 발전은 도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도전이 과학적 원리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망상에 가깝다. 인간은 반복적으로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며 시간을 허비해 왔고, 블록체인이라는 신기루 또한 그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은 이미 존재한다. 불가능한 것을 좇기보다, 우리가 이미 손에 쥐고 있는 혁신의 가치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