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

자유

by 이필립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타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찾는 이들은 단순한 잡담을 나누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언을 구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기대한다.


따라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청이다. 상대방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충분히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그 속에 담긴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얘기를 정리하는 것이다. 경청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방의 고민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어야 한다. 많은 경우, 당사자는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해 주고, 핵심을 짚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 비로소 조언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언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마디 듣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사람, 말을 곡해하여 엉뚱한 해석을 하는 사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동문서답을 하는 사람, 논점을 흐리며 중언부언하는 사람, 오직 자기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람도 있다. 더 심각한 경우, 전문 지식이 부족하면서도 아는 척을 하거나, 전혀 관계없는 개인적인 경험담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장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 기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약 기관장이 문제 해결 능력 없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조직은 방향을 잃고 효율성을 상실할 것이다.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경청하지 않고,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높은 자리는 책임의 자리이며, 문제 해결자의 자리다. 단순히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는 언제나 경청하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며, 조직과 사회가 바라는 리더의 역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금술, 무한동력, 그리고 사진이 찍히지 않는 종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