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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일자리는?

AI

by 이필립


며칠 전, 정부 정책과 관련된 지방소멸 방지 대책 포럼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엔 정부 관계자와 학계, 산업 전문가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코로나와 정치적 혼란을 지나, 사회 전반에 다시 미래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이러한 공공 주도의 포럼에서는 어김없이 ‘AI’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다.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방향성 자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담론을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과연 AI 시대는 국민 다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과거 산업혁명이나 인터넷혁명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함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전체에 기회의 확장을 가능케 했다. 그렇다면 AI는 어떠한가? AI는 단순한 자동화 기술을 넘어, 인간의 전문성과 노동 자체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과연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확장시킬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는 포럼에서 패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AI 기술은 노동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산업혁명과 인터넷혁명이 일자리의 확장을 이끌었다면, AI 관련 정책은 어떤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한 패널의 답변은 “A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물론 AI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등 새로운 직종이 생기고 수요가 늘어난다는 말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내가 듣고자 했던 답변은 그보다 더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예측이었다. 과연 어떤 형태의 직업군이 늘어날 것인지, 그것이 전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답변은 단지 “일자리는 생길 것이다”는 희망 섞인 선언에 그쳤다. 정책입안자나 전문가들이 막연한 믿음만으로 AI 시대를 준비한다면, 이는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이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처럼 구체적인 방향성과 대안 없이 AI 개발을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AI 기술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렇기에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것이 가져올 사회 구조의 변화다. AI가 확산될수록 일부 고도의 기술자들에게 집중되는 일자리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반복적이고 단순한 노동은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이로 인해 소득 불균형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복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사회 전체의 불균형은 더 커지고,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AI 시대는 단순히 기술 혁신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사회 구조와 일자리, 교육, 복지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정부와 정책입안자들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민의 삶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해 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AI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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