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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쿠데타

AI 혁명인가 쿠데타인가?

by 이필립


인류는 기술 혁명을 통해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 인쇄 혁명은 지식의 대중화를 이루어내며 인간의 지적 능력을 확장시켰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정보를 접하면서 인간의 사고는 깊어졌고, 사회는 빠르게 발전했다.


이어진 산업 혁명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신해 더 많은 공산품을 생산하게 했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과거에는 상류층만 누릴 수 있던 물건들이 일반 대중에게도 보급되면서 생활의 표준이 올라갔다.


인터넷 혁명은 사람들 간의 연결을 넘어, 인간과 세상을 실시간으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개인의 활동과 경제 활동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국경을 초월해 소통할 수 있었고, 인간의 놀이, 일, 그리고 창조의 영역은 끝없이 넓어졌다.


이 모든 기술 혁명은 결국 인류의 육체적,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AI 혁명은 지금까지의 혁명들과 결이 다르다.


AI는 단순히 인간을 돕는 기술이 아니다. 인쇄 혁명이 지식을 대중화하고, 산업 혁명이 생산성을 극대화했으며, 인터넷 혁명이 연결성을 확장했다면,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직접 대체하는 혁명이다. 여기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는 과연 인류에게 확장적인 도움을 주는가?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 만든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는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지적 능력으로 취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꾸려간다. 단순히 생각하면, AI는 이 과정에서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AI는 이미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전문성을 초월하는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것도 단 몇 초 만에, 그리고 수백 명, 수천 명의 역할을 단 두세 사람이 대체할 수 있는 속도로 말이다.


결국 AI는 중간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심지어 상위 능력자들의 역할까지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최고 품질을 자랑하며, 인간이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가능한 작업을 순식간에 수행한다. 이런 변화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거대한 변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다. 변화에 적응할 여유조차 주지 않은 채, 기존의 일자리와 직업 구조는 무너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묻는다. AI가 가져올 결과물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들은 새로운 기회로 대체될 수 있는가?


지금의 상황에서는 쉽게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다. 과거 산업 혁명 당시, 농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혁명에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 산업 혁명은 인류 전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AI 혁명도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나는 확신할 수 없다. 기술 혁명이 진정한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편리함뿐 아니라 확장된 일자리와 기회를 함께 창출해야 한다. 만약 AI 혁명이 소수 엘리트와 거대 기업만을 위한 혁명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 그것은 다수의 권리를 박탈하는 기술적 쿠데타일 뿐이다.


AI 혁명이 진정 인류를 위한 혁명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인간의 삶과 노동,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제 AI 혁명 앞에서 그 꿈이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혁명이란, 다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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