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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의 독점이 초래하는 자유의 위협

거대자본의 자유란 무엇인가?

by 이필립


거대 자본이 아무런 제한 없이 사회 곳곳을 잠식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넘어선 극단적인 권력 집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간적인 사회라기보다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동물적 사회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한다. 만약 그러한 사회가 도래한다면, 국가라는 존재 자체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국민 다수가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세금을 내고 노동을 제공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이 특정 소수에게 집중된다면, 국가는 다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를 위한 통치 기구로 변질될 뿐이다.


역사는 절대 권력의 부패를 거듭 증명해 왔다. 따라서 권력은 견제와 균형 속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정치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으로 분리되었지만,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권력 또한 마찬가지로 분산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근본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특정 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문제는 아니다. 경쟁을 통해 혁신을 유도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후 경쟁을 차단하고 시장을 지배하려 할 때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소수의 경제 권력이 국가 권력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고,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거대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이 가져오는 폐해


거대 자본이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단순히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들의 경제적 자유와 취업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예컨대, 기존에 중소기업이 운영하던 사업 영역을 대기업이 침범하게 되면, 중소기업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1. 경제적 양극화 심화

대기업이 소규모 사업까지 장악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다. 자본이 특정 계층에 집중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이는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2. 소비자 피해 증가

독과점이 형성되면 경쟁이 사라지고, 결국 소비자는 가격 상승과 서비스 질 저하를 감내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과거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을 때 혁신에 소홀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쟁이 존재해야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다.

3. 자영업 및 중소기업 붕괴

대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상공인들을 몰아내는 것은 흔한 전략이다. 예를 들면, 신세계 같은 대기업이 초저가 치킨과 피자를 미끼 상품으로 내세우면서 동네 가게들을 무너뜨린 사례가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기업은 시장을 장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도 피해를 본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경쟁자를 모두 제거한 후에는 가격을 인상하거나 품질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4. 노동자의 선택권 제한

과거에는 작은 슈퍼마켓, 치킨집, 빵집, 신발 가게, 김밥집 등을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자영업은 프랜차이즈화되어 있으며, 실제 점주들은 수익보다 대기업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뿐이다. 배달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줄어드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정부의 역할과 자유의 본질


자유는 단순한 방종이 아니다. 인간이 최대한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이 그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거대 자본이 무제한으로 확장하고, 정부가 이를 방관한다면 결국 개인의 자유는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개인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한다면, 이는 경제적 독재에 다름 아니다. 정치적 독재가 국민의 이동, 교육, 취업, 결혼, 사상 등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독재는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정부의 역할은 개인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부가 자본의 흐름을 방관하거나 심지어 특정 기업과 결탁하여 거대 자본의 독점을 돕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현금 사용을 차단하는 정책도 이러한 문제와 연관된다. 현금은 법정 화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카드 결제나 디지털 결제만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이며, 결국 금융 기업들과 정부의 이익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일본의 경우, 무인 주차장조차도 현금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행정 편의주의를 앞세워 현금 사용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특정 기업들에게만 이익을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부가 자유 시장의 공정성을 보장하기보다 자본가들의 편의를 돕는 역할을 한다면, 이는 정부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자유를 위한 시스템적 균형


결국, 다수가 잘 사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이며, 교육을 받는 이유도 결국 더 나은 직업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자유가 특정 권력층과 자본가들에 의해 좌우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없다.


극단적인 예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결혼을 강요하면서 벌금을 부과하거나, 특정 인구 정책을 시행하면서 개인의 삶을 통제하려 한다면 이는 독재적 발상에 불과하다. 금연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흡연자들에게 규제를 가하면서도 정작 흡연 공간은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편의주의적 정책이다.


이제 자본주의와 자유를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이 무제한으로 확장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다수의 경제적 선택권이 보장되는 것이 자유다. 만약 거대 자본이 모든 시장을 장악하고 개인들의 경제적 기회를 차단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자유의 침해이며,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정부는 시장이 올바르게 작동하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개인들이 경제적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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