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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성장한다

by 이필립


비트코인의 성장을 논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가격의 상승이다. 또 어떤 이들은 비트코인의 성장 동력을 기술적 진보에서 찾는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비트코인의 성장은 그 어느 쪽과도 다르다. 이는 단순한 가격 변화나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지닌 본질적 특성, 즉 ‘위변조 불가능성’의 진화와 확장에 대한 이야기다.


비트코인의 탄생을 떠올려보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높은 금융 비용에 대응하는, 개인 간 저렴한 수수료로 거래할 수 있는 전자화폐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이는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 없이 신뢰를 보장하는 혁신적인 접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비트코인을 보면, 사토시가 의도한 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상적인 소액 결제 시스템으로서의 비트코인은 실패했다. 높은 수수료와 느린 처리 속도는 이러한 용도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실패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2016년 이후 비트코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진화했다. 그것은 바로 정보의 ‘위변조 불가능성’이라는 특성이다. 이 특성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로서의 기능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정보 보관과 기록 관리에 있어 혁명적인 가치를 지닌다. 누군가가 정보를 조작하거나 변조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중앙 기관의 신뢰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곧 신뢰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다.


이러한 특성은 비트코인이 단순한 기술적 산물이 아닌, 신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의 핵심이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단순히 구현한다고 해서 비트코인과 같은 수준의 위변조 불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의 구조 자체는 데이터를 시간순으로 연결하고 분산 저장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안전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진정한 강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 위에 쌓인 ‘시스템의 복합성’과 ‘참여자 네트워크’에 있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이 비트코인과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려 시도했지만, 여전히 비트코인과 같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구현한 사례는 없다. 이는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채굴 참여자, 네트워크의 분산성, 경제적 인센티브, 인간 심리, 사회적 신뢰 구조 등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다. 단순한 코드 개발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영역이다.


말하자면, 비트코인의 성장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나 기술 진보의 결과물이 아니다. 지역 화폐로 태어난 비트코인은 이제 위변조 불가능성을 가진 거대한 신뢰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이 시스템은 점차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성장하고 있으며, 그 가치의 상승은 단순한 투자 수익을 넘어선다. 시스템 자체의 신뢰성이 높아질수록 비트코인의 가치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이는 가치와 신뢰, 기술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가는 복합적인 성장이다.


비트코인의 성장은 끝나지 않았다. 그 성장의 본질은 가격도, 기술도 아닌 ‘신뢰의 진화’에 있다. 그리고 이 신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비트코인을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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