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기능의 불일치
‘고속도로’라는 이름은 분명한 기대를 내포한다. 이는 차량이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라는 뜻이며, 이 기대는 단순한 언어적 의미를 넘어 실제 이용 경험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고속도로는 항상 ‘고속’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고속 자동차’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차량이 시속 50km조차 내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불만을 표할 것이고, 정부는 과장 광고로 규제에 나설 것이다. 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절차다. 제품이 이름과 실제 성능이 다르면, 그 불일치를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유료 서비스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고속도로는 어떠한가? 우리는 장거리 이동 시 고속도로를 선택하는 이유가 바로 빠른 이동 시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공사, 사고, 혹은 교통량 증가로 인해 차량이 오히려 일반 도로보다 느리게 이동하는 상황은 흔하다. 이럴 때 고속도로는 과연 ‘고속’이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실상 그렇지 않다.
이쯤에서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고속도로가 이름에 걸맞은 기능을 하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가? 자동차나 다른 서비스의 경우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소비자는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사용료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고속도로 이용료는 ‘고속 이동’이라는 가치를 구매하는 대가다. 그 가치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일정 부분의 환불이나 보상이 논의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공사나 사고로 인한 교통 지연은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이지,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이유는 없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고속도로’라는 명칭을 수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동차 전용 도로’ 혹은 ‘유료 도로’라는 표현이 오히려 정확할 수 있다.
이 글은 단순히 고속도로 요금의 환불 문제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수많은 서비스와 제품에서 이름과 기능의 불일치를 무심코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불일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더 나은 서비스와 공정한 소비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다. 그것은 약속이며, 기대이고, 때로는 권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고속도로라는 이름도 그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