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을 해소하는 제품은 마니아를 이끈다
나는 기술의 진화 속에서 갈증을 느껴왔다. 과거 피처폰을 사용할 때도 그랬다. 전화와 문자라는 기본 기능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던 그 시절, 내 안에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있었다. 첫째는 음악을 자유롭게 듣고 싶다는 갈증, 둘째는 동영상을 편리하게 감상하고 싶다는 욕구, 셋째는 어디서든 인터넷을 탐색하고 싶다는 갈망이었다. 분명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텐데, 왜 이런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나오지 않는 걸까? 늘 의문이 들곤 했다.
이러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것이 바로 컴팩의 iPAQ였다. 손바닥만 한 이 작은 기기로 나는 인터넷도 하고, 엑셀과 워드 같은 사무용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었다. 메모를 작성하거나,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너무나도 기본적인 기능이겠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기기 역시 나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그저 ‘겨우 적셔주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러던 중, 애플의 아이팟 터치가 등장했다. iPAQ보다 훨씬 작고, 디자인은 세련됐으며, 무엇보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터치감이 놀라웠다. 기존의 펜 입력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사용자 경험이었다. 나는 금세 또 다른 갈증을 느꼈다. “이렇게 편리한 기기에 전화 기능까지 있다면 얼마나 완벽할까?” 그 바람은 오래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애플은 마치 내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 아이폰을 출시했다. 아이팟 터치와 같은 디자인에 휴대폰 기능이 추가된, 진정한 혁신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는 법. 초기 아이폰에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지원되지 않았다.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또 다른 갈증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 갈증마저 애플은 곧 해결해 주었다. 스티브 잡스형이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아이폰을 출시한 것이다.
아이폰이 내 갈증을 모두 채워줬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애플은 멈추지 않았다. 디자인을 개선하고, 메모리 용량을 늘렸으며, 지문 인식, 얼굴 인식, 가속 센서, 카메라 등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능들을 추가해 나갔다. 애플의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기술 발전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도전 정신의 결과물이었다. 아마 이것이 나를 아이폰 마니아로 만든 애플의 철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갈증은 항상 새로운 형태로 다가온다. 몇 년 전, 테슬라를 타고 있는 후배의 차를 시승할 기회가 생겼다. 그가 들려주는 설명에 흥미를 느낀 나는 주저하지 않고 테슬라를 주문했고, 운이 좋게도 주문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차를 인도받았다. 원래는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했던 시기였기에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처음 테슬라의 운전석에 앉았을 때, 단출한 인테리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운전대와 15인치 터치스크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심플함이 오히려 허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내 모든 생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웬만한 억대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가속력. CUV에서 이런 성능이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제로백 3.7초. 나는 놀람과 동시에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단순한 전기차가 아닌, 테슬라의 기술력, 혁신 그 자체였다.
이것만으로도 테슬라는 나에게 충분한 만족을 안겨줬지만, 진짜 충격은 자율주행 기능이었다. 단순한 크루즈 컨트롤이 아니라, 마치 똑똑한 동반자가 운전을 대신해 주는 느낌이었다. 400km를 왕복하고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주행은 나의 출장과 여행 계획 등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유지비용도 전기차의 큰 장점이었다. 나의 내연기관 차량의 10년 치 운행거리를 불과 3년 만에 타버렸지만, 가속력의 성능 저하는 전혀 없다. 항상 새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테슬라를 경험하면서도 또 다른 갈증이 생겼다. 나는 지금 밴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 밴에는 당연히 태양광 충전 기능과 V2L(Vehicle-to-Load) 기능이 탑재되길 기대한다. V2L은 일상적인 전자기기를 차량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이미 사이버트럭에는 적용된 기술이다. 또한 좌석이 평탄화되어 차박이 더 편리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능이 모두 갖춰지지 않아도 괜찮다. 내 진짜 갈증은 오직 하나, 자율주행이 가능한 밴의 출시다. 이 갈증은 단순한 기대를 넘어, 마치 목이 타는 듯한 간절함으로 다가온다. 더욱 간절함은 대한민국의 현대, 기아에서 만들었으면 하지만…
이 갈증은 더 나은 나의 희망적 삶을 위한 탐구이며, 애플과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들이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