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의 위험성
Bybit 해킹 사건으로 본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와 금융의 위험성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킹, 파산, 뱅크런 사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수많은 중앙화 거래소가 보안 문제로 인해 고객의 자산을 유실했고, 결국 파산으로 이어졌다. 최근 세계 2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Bybit의 해킹 사건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아무리 보안을 강화한다고 해도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해킹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암호화폐의 근본적인 특성과 중앙화 금융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암호화폐는 공개키(PKI) 기반의 소유 증명 방식을 따른다. 즉, 개인키를 소유한 사람이 디지털 자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키를 도난당하거나 잘못 관리하면 그 순간 모든 자산을 잃게 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보관하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맡긴다. 이는 마치 우리가 현금을 은행에 보관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암호화폐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된 위험한 선택이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는 은행이 고객의 자산을 보관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법적 규제와 예금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소는 다르다. 거래소는 법적으로 은행과 동일한 보호 장치를 제공하지 않으며, 고객이 맡긴 자산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킹이나 경영진의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고객의 자산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바로 마운트곡스(Mt. Gox), FTX, 그리고 최근의 Bybit 해킹 사건이다. 마운트곡스는 한때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였으나, 2014년 해킹으로 85만 BTC(당시 가치 약 4억 5천만 달러)를 도난당하며 파산했다. FTX 역시 고객 자금을 불법 유용한 것이 드러나며 순식간에 붕괴했다. 그리고 Bybit 해킹 사건 역시 중앙화 거래소의 근본적인 보안 취약성을 다시금 드러냈다.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비트코인은 중앙화된 기관에 보관할 때 가장 위험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전통 금융 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소유자가 개인키를 직접 보유할 때만 진정한 의미의 ‘내 자산’이 된다. 만약 거래소가 개인키를 보유하고 있다면, 실질적으로 그 비트코인의 주인은 거래소이지 투자자가 아니다. 그리고 거래소가 해킹당하거나 파산하면, 투자자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자산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비트코인은 스스로 보관해야 한다. 개인이 직접 콜드월렛(Cold Wallet)이나 하드웨어 지갑을 활용해 보관하면, 해킹이나 거래소 파산과 무관하게 안전하게 자산을 지킬 수 있다. 물론, 개인이 보관하는 방식에는 초기 설정과 관리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이라는 신문물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필수적인 지식이다.
앞으로 비트코인의 가치가 더욱 상승한다면, 기존 전통 금융권은 필연적으로 비트코인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통 금융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순간, Bybit, FTX, 마운트곡스와 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중앙화된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비트코인은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작동하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 자기 주권(Self-Sovereignty)’을 지닌 디지털 자산이며, 사용자가 스스로 통제할 때만 그 가치를 온전히 지킬 수 있다.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은 결국 은행에 현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내 지갑의 열쇠를 통째로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