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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가?

비트코인 이해

by 이필립


비트코인을 단순히 디지털 숫자로만 인식하는 것은, 금을 단순한 금속으로만 보는 것과 다름없다. 금은 인간 사회의 복잡한 정치·경제·인문학적 필요 속에서 가장 오래되고 신뢰받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같은 맥락에서 비트코인을 이해하려면, 그것이 단순한 코드의 조합이 아니라 화폐의 본질적 속성을 가진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관계는 금과 기타 금속과의 관계와 유사하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자산의 세계에서 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알트코인들은 희소성과 변별력이 떨어지는 기타 금속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화폐로서 적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상적인 화폐의 조건


화폐는 변질되지 않고 보관이 용이해야 하며, 적절한 희소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쉽게 분할·결합될 수 있어야 하며, 인위적인 공급 확대가 불가능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인위적인 화폐 공급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 즉 가치 하락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오늘날의 경제 환경을 살펴보면, 각국의 무분별한 통화 발행과 이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강대국들은 이러한 화폐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경제적 전략과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시각 vs. 시민의 시각


비트코인의 등장은 기존 정부와 중앙은행이 가진 화폐 발행권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정부 입장에서 화폐 발행권을 잃는다는 것은 곧 경제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을 상실하는 것이기에,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무제한으로 발행되는 법정화폐보다 공급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오히려 더 신뢰할 만한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정부가 적극적인 화폐 발행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과거 수많은 사례를 돌이켜보면, 정부는 종종 자의적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안을 초래했다. 그렇기에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중앙 집중적인 경제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과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인가?


금이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금은 부패하지 않으며, 미적인 가치가 뛰어나고, 재련이 용이하며, 적절한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동안 귀중한 자산으로 인정받아 왔다. 인간이 금을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것의 화학적 특성을 이해하기 전부터였다. 다시 말해, 금의 화폐적 가치는 단순한 금속으로서가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신뢰가 축적된 결과물이었다.


비트코인의 초기 출발 역시 단순한 디지털 실험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신뢰성과 기술적 안정성이 입증되었다. 특히 해시파워의 증가와 더불어 위·변조가 불가능한 특성이 밝혀지면서, 비트코인은 현대 화폐 시스템의 불안정성 속에서 대체 가능성을 갖춘 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법정화폐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사람들이 더 나은 가치 저장 수단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변화다.


새로운 시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금본위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많은 정부, 기업, 개인이 금을 꾸준히 매집하는 것은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면, 비트코인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는 단순한 교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노동과 시간이 응축된 가치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를 넘어, 우리가 경제적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필연적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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