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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트코인 정책 위험성에 대하여

정치, 금융, 학계의 입장을 보며

by 이필립


비트코인의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정부, 기업, 금융 기관들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와 금융권이 성급하게 개입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시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트코인 ETF 투자다. 많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간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ETF를 선택하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비트코인의 투자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다. 만약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ETF를 도입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편의에 불과한 불합리한 선택이 될 것이다. 반면, 단순히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ETF를 허용한다면, 이는 더욱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며, 단순히 전통적인 금융 상품의 틀 안에 끼워 넣는 것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정부가 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증권예탁원과 유사한 암호화폐 예탁원을 설립하는 것 역시 성급한 판단이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는 중앙화된 기관이 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비트코인은 개인이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탈중앙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정부가 중앙화된 형태로 관리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금융 상품 개발도 신중해야 한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비트코인 기반 펀드, 대출, 커스터디 등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논리로 비트코인을 다루려는 시도일 뿐이다. 비트코인은 전통적인 금융 자산과 구조적으로 다르며, 이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하려 하면 시장의 근본적인 원리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정부와 금융권이 이를 제도적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블록체인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정부 지원 사업들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대로 연구되고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정책들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는 정부, 학계, 기업이 블록체인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바늘과 실처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정부 주도의 많은 프로젝트들이 지금처럼 무의미한 결과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된다면, 이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정책의 실패는 세금 낭비로 끝날 수 있지만, 비트코인 정책의 실패는 국민 개개인의 자산 손실로 직결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결국 정부가 져야 하며, 이는 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하거나, 도덕적 해이로 인해 파산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사건들은 중앙화된 기관이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방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비트코인 관련 부서는 없기에 정부 기관이 이러한 문제로 인해 파산하거나 해킹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비트코인 시장에 성급하게 개입한다면, 그 위험은 정부 기관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장기간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해 온 사례는 드물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도전에 나선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도전하는 정신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충분한 연구 없이 무모하게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보물섬을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가야 하듯이, 블록체인 산업에서 정부가 보여준 시행착오를 비트코인 정책에서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금융과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단순히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접근해야 한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틀 안에서 비트코인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시도는 부작용만을 낳을 것이다. 잘못된 정책 결정은 국민의 자산을 위협하고, 결국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보호하려 한다면, 섣부른 개입보다 먼저 비트코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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