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오늘날 시장에서는 ‘가격’을 곧 ‘기술력’으로 해석하려는 오해가 만연하다. 가격이 오르면 기술이 뛰어난 것이고, 가격이 내리면 기술이 실패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가격의 몰락은 결코 기술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점에는 나 또한 분명히 동의한다. 문제는, 기술이 과연 무엇을 증명하느냐에 있다.
이더리움은 과연 독창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표면적으로는 ‘스마트컨트랙트’라는 개념으로 혁신을 일으킨 듯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컨트랙트 자체는 이더리움만의 독자적 기술이 아니다. 일반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기존 분산 저장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한 수준이다. 특별히 이더리움만이 가능하거나, 이더리움이 아니면 성립되지 않는 구조가 아니다. 이는 곧 이더리움이 주장하는 기술적 독창성이 환상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 독창성이 희박하다면, 필연적으로 금전적 가치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더리움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한 가치, 즉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스마트컨트랙트 기능은 비트코인의 사이드체인을 통해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 굳이 별개의 코인 체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비트코인이 갖는 유일무이한 기술적 가치가 드러난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거래 저장 장치가 아니다. ‘위변조 불가능성’을 증명한 유일한 체계다. 중앙화된 서버나 관리자의 개입 없이, 오직 수학적 알고리즘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데이터의 진위를 검증하고, 그 신뢰를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비트코인만의 기술적 본질이며, 이 본질이 화폐적 가치와 직접 연결되는 이유다.
반면, 이더리움은 위변조 불가능성에 있어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스마트컨트랙트 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시스템 업데이트(하드포크)를 통해 과거의 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더리움 클래식(ETC) 사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드를 신뢰하라”던 이상은, 시장 논리에 밀려 코드조차 뒤집어버린 역사로 기록되었다.
시장은 현재까지도 블록체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의 기술적 구조를 깊이 이해하지 않은 채 움직여 왔다. 전문가라는 이들도 대부분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며, 소위 “탈중앙화”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매몰된 채 본질을 외면해 왔다. 이들은 이더리움이 가진 복잡성과 프로그래머빌리티를 ‘기술의 우위’로 착각하지만, 실상은 기술적 희소성, 즉 ‘이것 아니면 안 되는’ 필수성과는 거리가 멀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비트코인은 “시간의 증명”, “위변조 불가능성”, “완전한 탈중앙화”라는 기술적 본질을 통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뢰의 기반을 구축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화폐, 신뢰 시스템, 사회적 합의 구조를 가능하게 한 혁명적 발명이다.
결국, 기술적 가치란 구현의 난이도나 화려함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더리움은 대체 가능하다. 비트코인은 대체 불가능하다. 이 간단한 진실이 시장에서 점차 명확해질 때, 우리는 진정한 디지털 혁명의 방향성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기술은 영속한다. 비트코인이 그러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