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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는 자와 달리는 세상

비트코인

by 이필립


세상은 끊임없이 바뀐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변화를 같은 속도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아니, 대부분은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 사실을 나는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깊이 느껴왔다.


우리 할머니는 텔레비전 세대였다. 텔레비전은 신기하고 놀라운 문명이었지만, 그 사용법은 단순했다. 버튼을 눌러 전원을 켜고, 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바꾼다. 하지만 비디오 플레이어가 등장했을 때, 할머니는 그것을 두려워하셨다. 재생, 되감기, 빨리 감기 같은 버튼이 새로 추가되었고, 그 복잡함은 그녀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혹시 잘못 눌러 고장이 나기라도 할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계 앞에 멈춰 서셨다.


아버지는 전자계산기 세대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하려면 브라우저를 열고,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클릭해야 했다. 모든 과정이 멀게만 느껴졌고, 마우스를 조작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하는 일이었다. 아버지에게 그건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이었다. 컴퓨터는 단순히 켜놓고 보는 것일 뿐, 스스로 조작하는 것에는 거리감을 느끼셨다.


나의 친구들은 스마트폰에 대해 비슷한 거부감을 보였다. 작고 복잡한 화면 안에서 수많은 앱을 설치하고 관리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 그 모든 과정이 불편하고 귀찮다고 여긴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비트코인과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혁명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분명 혁신을 넘어, 혁명이라 부를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10년 전만 해도 200만 원을 넘던 적이 없던 가격이, 이제는 단일 단위당 10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기존 경제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혁신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전통적인 화폐 사고방식에 갇혀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비디오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 다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는 데에는 약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비트코인 이후 AI 시대가 도래하기까지는 고작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선형적 발전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조금 인터넷, 스마트폰을 익힐까 싶었더니 비트코인이 등장했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사이에 인공지능이 덮쳐왔다. 동시대에 이렇게 많은 혁신과 혁명이 겹쳐 일어나는 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과거의 사고 속도로는 이 시대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제는 문명과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과거를 지키는 것’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혁신과 혁명을 이해하려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히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 해야 한다.

과거에는 많이 공부한 사람이 앞서 나갔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르다.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즉, 문제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이해의 속도이고, 활용의 방법이다.

세상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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