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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블록체인 정책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

비트코인

by 이필립

기조 발언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보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연구개발과 기업지원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뚜렷한 성과는 없었습니다.

저는 10년간 이 분야에 몸담으며 정부, 국회, 지자체, 학계, 언론을 두루 만나왔고, 블록체인 개발의 무용론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이제는 잘못된 정책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자회견 Q&A


Q. 우선, 블록체인이란 정확히 무엇입니까?

A. 블록체인은 본래 지역화폐 시스템을 위한 기술로, 비트코인의 안정성 구현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 기술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2016년 이후 비트코인과 동일한 위변조불가성을 가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Q. 시장이 왜 그렇게 오해했을까요?

A. 비트코인의 위변조불가성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컴퓨터 과학, 화폐 경제, 인문철학적 개념이 복합된 결과입니다. 전문가 부재 속에서 ‘블록체인 혁명’ 같은 책이 유일한 참고자료가 되면서 오해가 퍼졌습니다.


Q. 그럼 시장은 어떤 것을 개발했습니까?

A. 투명성, 추적, 암호화, 위변조불가 등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능들은 이미 기존 기술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며, 블록체인을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효성 없는 기술 개발에 자원이 낭비되었고, 글로벌 기업조차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Q. 그런데 왜 정부는 블록체인을 선택했나요?

A. 정부 역시 전문성이 부족했고, 그 흐름을 이끈 전문가들도 허상이었습니다. 결국 시대 트렌드에 편승한 정치인의 포퓰리즘적 접근이었습니다.


Q. 블록체인은 결국 쓸모없는 기술인가요?

A.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무의미하지만, 비트코인의 위변조불가성은 기록기술의 혁명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신뢰 가능한 정보기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Q. 블록체인이 안 된다면, 비트코인을 어떻게 활용합니까?

A. 비트코인 시스템을 직접 복제할 수는 없지만, 비트코인 위에 기록된 정보는 위변조 여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전까지는 없던 혁명적 기능입니다.


Q. 이미 은행 같은 보안 시스템이 있는데요?

A. 좋은 질문입니다. 기존 시스템은 ‘신뢰의 관계’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은행)를 믿는 것이지, 영희가 절대적 신뢰의 주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위변조불가성을 내재한 ‘신뢰 그 자체’입니다. 누가 믿든 안 믿든, 정보의 불변성의 기술이 논리적으로 증명됩니다.


Q.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영희가 신뢰 그 자체’가 되는 건가요?

A. 정확히 그렇습니다. 금이 부패하지 않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기술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려면 높은 수준의 기술적 이해가 필요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블록체인 또는 암호화폐에 잘못된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Q. 그럼 시중의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다르다는 건가요?

A. 네,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이더리움 또는 그 아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비트코인 같은 위변조불가성을 지니지 못합니다. 실제로 이들 대부분이 추구하는 비즈니스모델은 블록체인 없이도 구현 가능하며,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Q. 블록체인은 개발이 불가능하고, 비트코인 시스템은 복제할 수 없다는 건가요?

A. 그렇습니다. 블록체인은 허상입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시스템의 복제가 아닌 그 자체를 활용하여 위변조 검증 시스템을 설계하면 정보기록의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Q. 전문가들이 이 사실을 몰랐던 건가요?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A.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정부의 비트코인 금기: 정책과제에서 ‘비트코인’이란 단어 자체가 금기였습니다.

2. 예산 논리: 비트코인 시스템은 단순하기 때문에 과제 금액 산정이 어려워졌고, 블록체인이라는 복잡한 허상으로 개발비를 부풀렸습니다.

3. 이해 부족: 블록체인 관련 기업 대부분이 핵심 기술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Q. 그럼 비트코인 가격은 왜 오르는 건가요?

A.

1. 태생적 특수성: 2008년, 중앙화 화폐 폐해의 대안으로 설계되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시스템이었습니다.

2. 기술적 가치 발견: 2016년 위변조불가성이 주목받으며 ‘기록의 신뢰’라는 철학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3. 시대적 배경: 신뢰, 투명성, 공정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 되었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그 기술적 신뢰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Q.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정부와 산업계는 이제라도 비트코인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비트코인을 활용한 금융 기술을 연구·개발한다면, 우리는 전 세계 비트코인 금융의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저는 6년 전부터 부산을 비트코인 도시로 만들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만약 그때 시작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세계적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었을 겁니다.


Q.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있습니다. 기존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이 아닌, 반(半) 중앙화 시스템을 설계하여 글로벌 금융망처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 송금이 SWIFT를 통하듯, 비트코인 금융도 중앙화 없이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 시스템을 설계해 공급하는 자가 곧 세계 금융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 주신다면?

A. 정부와 금융계는 비트코인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나서 싫든 좋든 결정해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기술, 금융, 철학적으로 엄청난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지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기반을 닦는다면 우리는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패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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