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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사기의 유형

비트코인

by 이필립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어가 익숙해질수록 사기는 더 교묘해진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모른다는 것’이 있다. 무지에 기대어 거짓은 진실처럼 얼굴을 바꾼다. 비트코인 사기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구조적 착취다. 내가 아는 몇 가지 전형적인 사기 유형을 정리해 본다.


첫 번째는 가짜 비트코인 판매다. 비트코인은 단 하나뿐이다. BTC, 즉 비트코인 외에 ‘비트코인 계열’, ‘비트코인 버전’, ‘새로운 비트코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른다. 누군가가 “비트코인의 형제 코인”이라고 포장해 암호화폐를 판다면, 그것은 100% 사기다. 특히 “비트코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유혹이 들어간다면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야 한다. 싸서 좋은 것이 아니라, 싸게 보이도록 속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트코인 채굴기 투자 사기다. “채굴기에 투자하면 월 2~3%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은 거의 종교적 주문처럼 사용된다. 채굴은 복잡한 산업이다. 컴퓨팅 파워, 전력 효율, 채굴 난이도, 해시레이트, 채굴풀 참여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그런데 투자 설명은 언제나 간단하다. 실물 채굴기를 보여주며, “우리가 운영해 준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보여준 채굴기가 진짜 비트코인을 캐는 기계인지조차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비트코인이 아닌,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채굴한다고 속인다. 가장 위험한 것은, 투자자가 “기계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해 버리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블록체인의 세계는,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에 진실이 숨어 있다.


세 번째는 비트코인 현금화 투자 사기다. 아주 흔한 수법이다. 지갑 주소 하나를 보여준다. 그 안에 수천 개의 비트코인이 들어 있다. 마치 금고의 비밀번호만 풀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설계된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비트코인 지갑 주소와 잔고는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있다. 누구든 검색만 하면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지갑의 실제 소유권은 누구에게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금화에 필요한 수수료만 주면 수십 배로 돌려주겠다”라고 유혹한다. 이쯤 되면, 고전적인 ‘황금 열쇠’ 사기의 디지털 버전이다.


마지막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상거래 사기가 있다. 이건 비교적 단순하지만 치명적이다. 중고거래, 고가의 상품 거래, 희귀 물품 판매 등에서 비트코인만 결제 수단으로 받겠다고 한다면, 경고등이 켜져야 한다. 비트코인은 되돌릴 수 없는 결제수단이다. 한번 보낸 비트코인은 상대방의 지갑으로 영구히 이동된다. 환불, 취소, 취소 불가.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요구한다. 그 어떤 판매자도, 환불 수단이 없는 화폐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신뢰 기반이 전혀 없는 상대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사기들은 기술적이지 않다. 오히려 기술을 잘 모르는 사람을 노린다. 사람을 속이기 위해, 블록체인이 아니라 ‘이야기’와 ‘그럴듯한 상황’을 조작한다.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코인이 아니라 판단력이다. 누구의 말보다도 먼저, 비트코인이라는 시스템이 갖는 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이 문제인 것이 아니다. 문제는 기술을 가장한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언제나 무지를 가장 먼저 먹잇감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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