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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

비트코인

by 이필립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을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술”이라 단정 짓는다. 하지만 이는 기술의 본질을 곡해한 과장된 이해다. 블록체인이 주목받게 된 것은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는 ‘블록체인’이란 단어조차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비트코인의 구조 속에서 이 기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기술이 아닌 껍데기만 떠들 뿐이다.


비트코인의 기원은 지역화폐를 중앙 없이 운영하고자 했던 이상에서 출발했다. 기존 지역화폐는 필연적으로 운영 주체가 존재해야 하며, 이로 인해 시스템이 무겁고 비용이 많이 든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를 블록체인이란 구조로 해결했다. 핵심은 중앙 없이도 네트워크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되,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도 동시에 가능하게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그러나 오해가 시작된 지점도 여기다. 블록체인은 보안 기술이 아니다. 해킹을 완벽히 막는 것도 아니다. 단지 참여자 다수가 선의일 경우, 그 구조상 외부에서 위변조를 시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무의미하도록 설계된 것뿐이다. “51% 이상이 선의적이라면 시스템은 안전하다”는 가정은 기술적 사실이 아닌 인문학적 희망이다. 반대로 51%가 악의적이라면 시스템은 무력화된다.


그럼에도 초기 비트코인은 공격당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엔 공격으로 얻을 이익이 미미했고, 누구도 비트코인의 가치가 지금처럼 커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컴퓨팅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시스템 구조를 이해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를 오늘날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거의 확실히 공격받을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간과한 채, ‘블록체인 = 위변조 불가’라는 단순화된 신화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위변조 불가능성을 만들어낸 핵심은 ‘채굴’이라는 경제적 구조다. 즉, 블록체인이 보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채굴이라는 행위가 위변조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이 사실은 국내외 대부분의 IT 전문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블록체인이라는 말만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결과는 명확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유의미한 서비스는 없다. 수많은 기업과 정부가 이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기술은 곧 수단일 뿐, 그것이 어떤 목적을 위해 작동할 때 의미를 가진다. 블록체인은 어디까지나 비트코인의 목적을 위해 존재했던 기술이다.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 암호학, 컴퓨터공학, 경제학, 심지어 인문학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껍데기만 보고 블록체인을 찬양하거나 비난한다. 이런 무지와 환상이 기술의 오용과 실패를 반복시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진짜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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