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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바란다: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 그 본질부터

비트코인

by 이필립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 그 본질부터 다시 보라


최근 몇 년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반영한 조치일 수 있으나, 우리가 과연 ‘무엇’을 제도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부실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제도화가 아니라,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의 ‘구분’과 ‘이해’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휩쓸리기 이전에 먼저 본질을 직시하고,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비트코인과 기타 디지털 자산(소위 알트코인)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다.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등장한, 운영주체가 없는 최초의 디지털 화폐이며, 위변조 불가능한 데이터 저장을 가능케 한 기술적 혁신의 중심에 있다. 이는 단순한 자산을 넘어, 화폐의 진화이며 정보 보관 기술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을 모방해 나온 다수의 알트코인은 여전히 중앙에서 발행되거나 운영 주체가 명확히 존재한다. 국제사회가 진지하게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비트코인’의 철학과 구조이지, 무수한 아류 코인들의 존재 자체가 아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를 논하기 이전에, 그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나 관계 당국이 비트코인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모든 블록체인 기반 자산을 하나로 묶어 ‘디지털 자산’이라는 이름 아래 규정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이는 마치 상대를 알지도 못하면서 일방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과 같다. 비트코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정의 역시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정의는 이해에서 출발한다. 정의의 출발점이 잘못되면, 이후 만들어지는 법과 제도도 왜곡될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디지털 자산 제도화 흐름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밴드웨건 효과’에도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단순한 모방이며, 전략적 사고가 결여된 위험한 자세다. 특히 기술적 근간이나 구조, 실질적 효용이 다른 자산들을 단순히 ‘디지털’이라는 단어로 묶어 동일한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은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 사회에 무턱대고 편승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먼저 그 대상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무엇을 도입하고 무엇을 배제할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운 다음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IT 인프라, 금융 시스템, 교육 수준 등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맹목적인 추종이 아니라 선도적인 비판과 기준을 제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제도는 단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질서를 세우기 위한 수단이다. 그 출발점은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지금 우리는 그 이해 없이 정의하고 있으며, 그 정의 없이 규제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미래를 보고 제도를 세우고자 한다면, 먼저 비트코인을 기술적·사회적·금융적으로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자산이라는 추상적 용어를 남용하기 이전에, 각각의 자산이 지닌 구조와 철학, 가치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 명확한 구분을 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진정한 주권국가의 자세이며,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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